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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누구니?
04/23/18  

얼마전 막내 어린이집의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원장님의 여담이 한참 길어질 무렵 교실 안에 빼곡히 자리한 아이들과 엄마들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지루함을 이겨보려고 무심코 시작했는데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고 정신이 바짝들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엄마를 닮지 않은 것이었다. 엄마들의 얼굴은 아이들의 쌍꺼풀 없는 개성 있는 눈매와 오밀조밀 귀여운 이목구비와는 영 딴판이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닮지 않은 이유를 우리들은 알고 있다. 엄마들의 외모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고 세계 어디에서든 유난히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꽤나 유별나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성형수술이 가장 많은 나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성형한 사람을 찾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쌍꺼풀 성형은 아예 성형도 아니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성형 후 더 예뻐졌을지는 몰라도 개인이 가진 고유의 개성과 느낌은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양하지 않고 정형화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일관된 쌍꺼풀과 찍어낸 듯한 오똑한 콧날, 요즘 핫하다는 메이크업과 트렌디한 의상까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재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고3 졸업 선물로 성형수술을 해 주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작년에 포항 지진 여파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었을 때 전국의 성형외과들은 예약을 재조정하느라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예민한 사춘기 때는 유난히 외모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모에 대해서 고민하는 딸의 손을 잡고 성형외과로 향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한다는데 부모가 자식의 성형을 동조하고 부추기니 그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에게 자존감이란 것이 남아 있을지 걱정스럽다.


한국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미에 대한 고찰도 없이 획일화된 좁은 기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며 엄청난 돈과 시간 그리고 심력을 낭비하고 있다. 생사를 걸면서까지 위험한 성형을 감행하고 어떻게든 아름다워지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은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하며 외모 차별이 극심하게 존재하는 한국 사회 일면의 피해자들이다. 그저 여자는 예쁘기만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시작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아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꿀 수 있도록 가르친다면 단언컨대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때도 외모보다는 성품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사람의 품성이나 마음 씀씀이는 돈으로 고칠 수 없는 것이니만큼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자녀에게 쌍꺼풀 대신에 높은 자존감을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자신의 얼굴과 사뭇 다른 어머니에게서 낯섦을 느끼지 않아도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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