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04/23/18  

유난히 추웠다는 지난 겨울의 한파가 물러나고 한숨 돌릴 만하니 이제는 미세먼지가 말썽이다. 미세먼지라는 단어는 내가 어릴 때는 사용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데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가족이 한국으로 귀국 결정을 했을 때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혀를 차며 걱정했던 것도 바로 이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에서 벗어나려고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어째서 굳이 돌아오냐는 것이었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초미세먼지 노출도 조사에서 가입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미세먼지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대기 부유물질로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0.025, 40분의 1 정도로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순환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황사와 혼돈하는 경우도 있는데 황사는 바람에 섞여 올라간 모래 먼지가 대기를 덮고 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모래흙으로 일종의 자연현상이고 미세먼지는 인위적 환경오염에 의한 인재라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미세먼지를 또 하나의 재난으로 지목하고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자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기 청정기,  미세먼지 측정기, 마스크 등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미세먼지를 타겟으로 한 제품과 광고들이 우우죽순 생겨나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외출 자제, 보건용 마스크 착용, 경유차량 이용 제한, 차량 2부제 실시, 대중교통 요금 면제, 배출량이 많은 산업시설의 가동 중단 등이 권고된다. 아이들은 봄소풍을 야외가 아닌 실내로 가야 하고 체육시간에는 운동장 대신 교실이나 강당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  집 청소를 할 때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 수 없고 대신 성능이 좋다는 공기청정기에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될 수 없다보니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처럼 답답하기 짝이없다.


해마다 소리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와의 지독한 전쟁이 되풀이되고 중국 발 스모그, 경유차,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가스 등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그 공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비록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과 건강 위해성에 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라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오는 27일부터 미세 먼지 환경 기준을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강화한다고 공포했다. 미세먼지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되고 환경부 미세 먼지 예보 기준도 함께 강화되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미세 먼지 “나쁨” 예보는 전보다 10배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마음놓고 외출할 수 있는 날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매일 스쿠터 타게 해 주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현재 우리가 치르고 있는 혹독하고 값비싼 대가가 우리 아이들에게 대물림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창밖으로 보이는 뿌연 하늘이 더욱 답답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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