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만큼 그리운 친구들
03/30/20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회적 거리두기 오늘의 직장인 행동지침. 아프면 퇴근하기, 2m 건강 거리 두기, 사무실 자주 환기하고 소독하기.

오늘도 어김없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 챙기 듯 잊지 않고 날아오는 재난 문자이다.

 

중국 근접 국가로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빠르게 우리에게 소개되었고 원치 않던 어색한 만남은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나를 위해, 나의 가족을 위해, 위생을 철저히 하고 지켜야 할 개인 보건 항목도 나날이 늘어가고 대면, 모임 금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코로나 바이러스 경계령이 내려진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외출 시 마스크를 두고 와 집으로 되돌아 가는 일도 잦았는데 이제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원래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외출 시에는 마스크부터 꺼내게 되었다 

 

수시로 손세정제를 찾고 수시로 정부, 구청, 학교, 학원 등에서 보내오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알림과 경보를 받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참 견디기 힘들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 와서 생긴 즐거움 중에 제일은 동네 친구들이다. 퇴근길에 목이 마르다며 치맥을 외치고, 저녁을 너무 일찍 먹었다며 야식으로 치맥을 외치고, 금요일은 불금이라며 치맥을 외치고, 새로 치킨집이 오픈했다며 치맥을 외치고, 생일, 만난 지 100일 기념, 벚꽃 기념, 비가 와서, 눈이 와서, 화나서, 기뻐서, 슬퍼서, 울적해서, 그냥 보고 싶어서 외쳐대던 동네 친구들과의 소모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육아에 지쳐 하루에 열두 번씩 속이 뒤집혀도, 내 마음 몰라주는 남편 때문에 서러움이 폭발해도 친구들과의 수다로 씻은 듯 나아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들은 나의 벗이요 이웃이요 동료로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힘찬 격려와 응원을 끊임없이 공급해 주는 즐거움의 원천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풀지 못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한 채 삐죽빼죽 못생긴 형태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움이 애닯아 언뜻 보면 상사병이라도 걸린 사람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2020년 봄을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를 비롯해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한창이었던 이 봄을. 첫째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모두 취소 되어 아쉬운 마음에 학교 운동장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던 이 봄을. 매일같이 만나 차를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밥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이 봄을.

 

언젠가 다시 돌아올 보통날, 다시 마주할 반가운 얼굴들과 이 봄을 기억할 것이다. 이 진절머리 나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더 열심히 나의 일상을 누리고 즐기며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들과 치맥을 외치리라! 라고 외치는 순간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퇴근 후 밀폐된 장소에서 모임을 갖지 않고 바로 귀가하기, 가족과 동료의 안전을 위해 잠시 멈춰주세요.

 

휴우~! 오늘도 친구들과의 치맥은 물 건너 갔구나. 아이들 학교도 4월 6일 온라인 개학을 하네 마네 하고 있던데 나도 이참에 온라인 화상 만남이라도 주선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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