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04/27/20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침묵은 금이다’

 

말에 관련된 속담을 생각해 봤다. 말은 잘 하면 득이 될 수도 있고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잘못 말하기 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더 낫다.

 

언제쯤인지 기억되지도 않는 일이 떠오른다. 어느 모임에서 한 사람이 참석자들을 즐겁게 해준답시고 음담패설을 꺼내더니 쌍소리를 섞어가며 웃기기 시작했다. 특정인을 겨냥하고 한 말은 아니었고 욕을 섞어 가며 우스갯소리를 한동안 계속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배꼽을 잡고 웃었다. 웃기려고 지나치게 억지를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급기야 몇몇 분들은 참지 못하고 이야기를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말은 한 번 입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또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말이다. 필자도 거슬리는 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거침없이 표현하는 편이다. 거기다 목소리까지 커서 사람들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는다. 가능한 한 말을 삼가려고 노력하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나이 들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마셜 로젠버그’는 『비폭력 대화』라는 저서에서 말의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의 말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고,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행사될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 삶에서 유형, 무형의 폭력을 줄이고 평화롭게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폭력 대화를 권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말투와 행동, 습관을 통째로 되돌아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되돌아보는 일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말들 가운데 무엇이 잘못인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굳이 입으로 하는 말만 말이 아닌 세상이다. SNS상에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말,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말이 글자로 남아 있기에. 후에 잘못되었다고 지운다 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고, 또 이를 저장해두었다면 그대로 존재해서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 떠돌아다닐 것이기에.

 

말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명확히 알고 입을 열거나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 그리고 나를 아는 것이 말하기 첫걸음이라면, 상대를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나와 세대나 성별, 혹은 입장이 전혀 다른 경우라면 말하기에 있어 다름을 인식하는 것이 성공적인 대화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대화는 ‘이해하는 대화’와 ‘가치를 전하는 대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주로 가치를 전하는 대화로 일방적일 수 있으나 그 어떤 관계에서고 이해하는 대화와 가치를 전하는 대화의 비중을 80:20 정도의 비율로 하는 것이 좋다. 대화는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할 때 훨씬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도 큰 문제없이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 것보다 말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즉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통을 갈구하는 존재이다. 그 소통의 최대 덕목이 배려이다. 듣는 이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주장이나 생각만을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작아질 것이고, 그 안에서 말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망설로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SNS상에서도 갖가지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돌아다닌다. 심장질환 수술을 했는데 위독하다는 얘기부터 자살 폭탄을 안고 한 여성이 달려들었다는 설, 중국의 후원을 받는 세력들이 쿠테타를 일으켜서 김정은이 구금 상태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이런 기사들을 그대로 옮기는 것도 부질없는 입놀림과 다름이 없다. 함부로 이런 저런 기사들을 마구 옮기기보다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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