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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05/04/20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잠시만 곁에 없어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뿐 아니다. 사무실에서건 집에서건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한다. 심지어 글을 쓸 때도 컴퓨터 앞에서 화면을 보면서 자판을 두드린다. 단 일분일초도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도, 업무로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웬만한 건 다 전화나 문자로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할 수도 있다. 이름하여 화상채팅이다.

 

서울 사는 선배 한 분이 자주 화상으로 연락을 해왔다. 처음에는 반갑고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음에 즐겁고 유쾌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아주 가깝게 지내고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에 흉허물이 없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곤란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속옷 바람에 세수도 하지 않은 상황이거나 웃통을 벗고 있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자고 하니 말이다. 선배에게 물었다. 왜 전화나 문자를 해도 좋은데 화상으로 연락을 하냐고. 선배는 ‘딸이 손주를 보여준다면서 화상으로 연결해 와서 자기도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나와 연락한 첫날 화상으로 했기 때문에 다시 누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 후 선배는 화상채팅 대신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각종 동영상과 좋은 글들을 수시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당신이 보고 좋으니까 후배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보내주는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알림기능이 작동을 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선배가 스마트폰 중독증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과학기술개발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스마트폰 중독군에 속하는 사람은 39.8퍼센트, 위험군에 속한 사람은 19.5퍼센트로 상당수가 이미 스마트폰 중독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신이 중독인지 아닌지 묻는 질문에는 단 1퍼센트만이 스스로를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은 좀 더 심각하다. 어느 설문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1/3이 스마트폰을 포기하느니 섹스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또, 45퍼센트는 휴가를, 30퍼센트는 친구를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마약이나 도박과 같이 스마트폰에도 ‘중독’을 붙이는 이유다.

 

스마트폰 중독도 술이나 마약처럼 쾌락중추를 통해 서서히 중독에 이르게 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식변화에 대한 욕구, 성취욕구, 소속되고 싶은 욕구, 관계에 대한 욕구, 성적인 욕구, 자아실현과 초월에 대한 욕구 등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준다.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SNS 상에서 소속감과 관계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 혹자는 동영상을 통해 성욕을 해결하기도 한다. 현실세계에서 쉽사리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쉽게 해결되므로, 점점 더 이것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중독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는 허상이다. 가상의 세계다. 인간은 육체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SNS 상에서 서로 연결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지만 대부분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즉, SNS는 각자의 억눌렀던 본능 해소의 장(場)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실제 현실 세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승리는 가상공간에서의 만족을 가져다 줄 뿐이다. 결국 가상에서의 나와 현실의 나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현실의 나는 점점 더 초라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날 것인가. 가능하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일단 눈앞에서 없애는 것이 좋다. 눈에 보이면 자기도 모르게 만지고, 열어보게 된다. 둘째, 불필요한 알림음을 무시한다.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려도 바로 확인하지 않는다. 문자메시지 대부분은 스팸이거나, 불필요한 농담 아니면 나와 크게 관계없는 단체메시지들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알림음을 꺼두는 것이다. 셋째, SNS 알림기능을 꺼둔다.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의 소식이 시도 때도 없이 뜨고 내 일을 방해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없다. 알림기능은 꺼두고 필요할 때만 확인하자. 이메일도 따로 시간을 정해두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촌음을 다투는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한 번의 문자와 세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가운데 사업상의 전화 한 통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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