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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재택근무 체험기
05/26/20  

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이 주가 지났다. 남들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고 뜻한 바가 있어서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5월부터 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 주는 종전처럼 친정 엄마가 자주 오셔서 아이들 식사도 챙겨주시고 청소며 빨래도 도와주셔서 그럭저럭 수월하게 지나갔다. 그 다음 주부터는 엄마도 스케줄이 생기셔서 내가 집에서 애 넷을 보면서 일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워킹맘의 재택근무 막이 오른 것이다.                                                                                                                                 

 

아침 7시 30분쯤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아이들은 8시 30분쯤부터 온라인 수업을 들으러 흩어진다. 미취학 아동인 막내는 혼자 심심해서 온몸으로 굴러다니며 본인이 얼마나 심심하고 따분한지 행위예술로 표현하고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오가 되기 전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는데 점심 먹고 과제까지 다 마쳐도 겨우 오후 1시. 이제 남은 시간 아이들은 대체 뭘 해야 한단 말인가? 한숨이 절로 나는 가운데 식탁 너머로 빨래통에 넘치는 빨랫감도 보인다. 그렇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 동시에 육아와 살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일과 육아의 조합이라니......

 

남편도 지난 몇 달간 일주일에 한 번은 재택근무를 해왔다. 출퇴근 이동 시간이 없으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기상 시간이 늦어진 것 외에 다른 것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무시간에는 철저히 아이들에게 분리되어 방문을 닫고 들어가 근무에 집중하고 한 시간 점심시간도 칼같이 지키기 때문에 보통 점심은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게다가 남편의 재택근무는 일주일에 한 번뿐이고 그때도 어차피 청소며 빨래, 아이들의 스케줄과 학교 과제 제출 등은 관여하지 않으니 나와는 전혀 다른 질의 재택근무를 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가끔 내가 생각보다 업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불평하면 이런저런 다소 비현실적인 조언들을 건네준다. 하지만 과연 설거지를 끝내고 젖은 손으로 바로 업무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이질적인 간극의 불편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이번 주는 좀 지쳐가고 있었다. 목표대로 일에 속도를 낼 수 없었고 거실 한복판에서 일하니 집은 너무 어수선하고 지저분해서 자꾸 한숨이 나왔다. 몇 달 동안 집안에서 감금 생활을 해온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쳐도 으르렁거리며 싸워댔고 나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하나하나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일과 육아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먼저 내 자신이 인정을 해야 한다. 나는 애가 넷인 워킹맘이고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빈틈없이 잘 해낼 수 없다는 것부터 받아들이자. 집에서 아이를 함께 돌보며 일을 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미션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달으며 당연하게 여기고 누렸던 모든 것들이 참으로 감사할 일들이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출퇴근할 직장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고 학교에서 제공되는 급식과 저렴한 방과 후 수업들은 최고의 혜택이었다. 빈틈이 생길 때마다 SOS 청할 부모님이 가까이에 계신 것은 나의 특권이고 비밀병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 재택근무...... 일도 육아도 완벽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양립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가정에서 안전하게 가족이 함께할 수 있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틈틈이 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재택근무와 육아라는 쉽지 않은 조합 속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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