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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breathe
06/08/20  

뉴스 헤드라인을 읽었지만 그 뉴스는 내 시선을 바로 사로 잡지는 못했다. 미국에서 경찰이 흑인을 죽인 사건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니깐. 그랬다. 끔찍한 비극은 또 일어나고 말았다.

 

키 182cm 거구인 그는 식당 겸 나이트클럽에서 경비원으로 일했지만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직장을 잃은 지 석 달째 되는 날 그는 담배를 사고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지불했다. 그리고 즉각 출동한 경찰은 아직 가게 주위에 있던 그를 체포한다. 그는 술이나 약에 취해있는 듯 보였지만 경찰에게 고분고분하고 순순히 체포에 응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무릎으로 그의 목을 짓눌러 숨을 못 쉬게 한다. 그는 몇 번이나 "I can't breathe"이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경찰은 전혀 놓아주는 기색이 없고 옆에 있던 다른 경찰 세 명도 동요하지 않는다.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고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8분 47초.

 

조지 플로이드, 마흔여섯의 흑인 남자. 자신의 목을 누르는 백인 경찰에게 여러 차례 숨이 막힌다고 애원했지만 무시됐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나섰지만 무시됐다. 거구의 남자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를 부르며 눈을 감았다. CPR이나 어떠한 응급처치 없이 축 늘어진 그의 몸이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로 옮겨진 것은 그로부터 한참 더 지난 후였다. 연행에서 죽음에 이른 순간은 상점 cctv뿐 아니라 길거리 시민들의 휴대폰에 그대로 녹화돼 세상 모두가 목격자가 되었다. 나도 그 영상을 보았다. 한 개인이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며 벌건 대낮 길거리 그것도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몹시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다양성의 특별함과 인권에 대한 존중이 미국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나 자신도 뿌리 깊은 내면의 환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래서 슬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대낮에 정당한 이유 없이 백인 공권력에 의해 살해당했다. 경찰에 의해 흑인이 부당하게 살해당하거나 과잉 진압을 당하는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어왔다. 그리고 미국 땅에 살고 있는 흑인들이 받는 일상의 위협과 선입견은 오래된 인습이다. 오랜 기간 이어 온 아픈 역사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누구도 말하려고 들지 않는 미국의 뇌관이다. 침묵하고 묻어두고 회피할 뿐 늘 거기 있었고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경찰의 터무니없는 공권력의 다음 순서가 자신일 수 있다는 공포와 분노가 미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나의 피부색과 외양이 도대체 뭐가 그리 중요한가. 결국 우리 안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고 우리 모두는 따뜻한 숨결을 지닌 고귀한 존재들이 아닌가!

 

 “I can't breathe.” 미국 경찰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니, 대꾸하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세상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지만 이제는 누군가 응답해야만 한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세계 각국에서 이어가는 평화로운 시위를 지지하며 이런 비극적인 인종 차별이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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