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사옥 이전에 부쳐
06/29/20  

“회사 형편이 어려워 부득이 당신을 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니던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다. 내가 원하던 퇴직이 아니었기에 유쾌할 리 없었다. 그래도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지친 마음도 달랠 겸 마침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2004년 6월에 있었던 일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나의 퇴직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그리고 그해 9월, 한 회사에 몸을 담았다. 새 일을 시작한지 불과 13일 만에 ‘타운뉴스’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망설이지 않았다. 요구한 금액에서 한 푼도 깎지 않고 ‘타운뉴스’를 인수했다. 많은 돈이 모자랐으나 내 형편을 잘 알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이 도움을 주어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15년 9개월을 ‘타운뉴스’와 함께하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 사이 자녀 둘이 혼인을 했고, 그들로부터 다섯 명의 손주들이 생겼다. 또 초등학교 다니던 두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다. 그동안 미국은 조지 부시(2001-2009), 버락 오바마(2009-2017), 도날드 트럼프(2017-현재)까지 정권의 변화가 있었고 한국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를 거쳐 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졌다. 내외적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타운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뜻에 의해 정권의 변화를 가져왔듯, 타운뉴스의 변화는 대부분 독자들의 사랑과 응원으로 비롯됐다. 배포하기 위해 실외에 놓아둔 업소록이 물에 젖고 있다고 연락해 주신 독자, 신문이 발행되는 월요일 아침인데 벌써 가판대에 신문이 없다고 알려주신 독자, 해마다 시무식에 정성스레 시루떡을 해갖고 찾아와 한 해의 첫 업무를 함께해 주시는 독자, 기사를 제보해 주시는 독자 또, 기사 내용 가운데 오류를 지적해 주시는 독자, 오탈자를 알려주시는 독자까지, 어느 한 분이라도 ‘타운뉴스’의 주인이 아닌 분이 없었다.

 

그런 독자들이 있었기에 ‘타운뉴스’ 직원들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타운뉴스’를 발행해 올 수 있었다. 물론 내부적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마감시간에 임박해 폭풍으로 정전이 발생해 전기가 들어오는 지역으로 컴퓨터를 옮겨 편집 작업을 마치고 무사히 ‘타운뉴스’를 발간했던 기억은 지금 떠올려도 초조함과 아슬아슬함이 다시 밀려온다. 이처럼 많은 변화와 발전은 가든그로브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타운뉴스’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산타페스프링스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타운뉴스’ 이전 소식을 듣고 ‘타운뉴스’ 창업자 제이 장이 연락을 해 왔다. 현재 그는 “부인과 함께 6년째 미 전역을 여행하며 그때그때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에서 즐기며 살고 있다.”며 그가 일주일 동안 머물 예정인 숲속 오두막으로 초대했다. 기꺼이 그의 초대에 응했다. 1박 2일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타운뉴스’를 창간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창간 정신은 ‘프론티어십’이었다, 미국의 정신이기도 한 개척자 정신.

 

그는 미국 이주 전 영국 런던에서 한인 주간 신문사를 창업한 적이 있으며 미국으로 건너와 개척자 정신을 앞세워 ‘타운뉴스’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타운뉴스’를 운영하던 당시나 지금이나 ‘프론티어십’은 자신의 철학이고 ‘프론티어십’이 바탕이 된 ‘자유’가 자신의 삶이라면서 일주인 후면 어디에 있을지 자신도 알 수 없다며 웃었다.

 

그의 말을 듣다가 그의 창업정신이나 현재 ‘타운뉴스’의 정신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에 조금은 놀랐다. 사실 목표를 정해 도전하고 성취하며 그를 통해 사람들과는 함께 나누고 내 삶은 궁극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은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이자 이상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나눔의 실천으로 귀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치는 한인사회와 더불어 성장해온 ‘타운뉴스’가 앞으로도 한인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한시도 자만하고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가든그로브 시절, 2층에 있는 ‘타운뉴스’로 출근하려면 아래층에 있는 ‘명한의원’ 앞을 지나쳐야 했다. 그럴 때마다 ‘명한의원’에서 풍겨오는 한약 냄새가 참 좋았다. 분명 바로 그 한약 냄새가 그리울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산타페스프링스에서 펼쳐갈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타운뉴스’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들이 여전히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타운뉴스’는 앞으로도 건전하고 유익한 정보들로 가득 찬 ‘밝고 명랑한 신문’으로서 그 사명을 다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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