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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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불쑥
06/29/20  

중1인 큰아들은 월요일 아침부터 한창 들떠 있었다. 이 녀석은 기분이 좋고 들뜨면 쓸데없이 말이 많아지고 동생들을 약 올리거나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시작은 동생들도 웃고 다 즐거운 것 같아 보이지만 곧 큰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누군가 울거나 짜증을 내고 결국 내가 나서 아침부터 소리를 지르게 된다. 늘 겪는 일이다 보니 언제부턴가 아들이 들떠 있으면 슬슬 불안하다. 차라리 기분이 별로여서 조용한 편이 평화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넌 왜 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들떠 있니?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글쎄…... 주말에 여행 가니까?"

"그래? 여행은 토요일에 가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금요일에는 어쩌려나?"

"뭐 계속 점점 더 신나다가 그러다가 또 혼나고 그래서 기분 나빠지고 그렇겠지. 어차피 맨날 혼나기만 하는데 뭐…..." 아이의 중얼거림이 허를 찌른다.

 

그래 그러고 보니 어제도 너는 내게 등짝 스매싱을 맞지 않았던가? 늘 눈치 없는 큰놈은 우리집 사건 사고의 핵심이다. 어제도 아침 식탁에서 둘째와 말도 안 되는 걸 갖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아침이고 하니 나름 최대한 이성적으로 적당히 하라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나의 경고가 몇 차례나 깡그리 무시되자 나의 잔소리는 짜증과 분노까지 합쳐져 결국 선을 넘게 되고 말았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나면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를 상대로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자책과 후회가 밀려온다.

 

요즘 유난히 아이의 언행이 마음에 걸린다. 엄마 친구들이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도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도 잘하지 않는다. 왜 그런 태도를 보이냐고 나무라면 본인은 그게 인사를 한 것이라며 엄청 억울해 며 눈물까지 흘린다. 뭐 그런 걸로 우냐고 그러면 대꾸도 없이 자리를 뜬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먼저 대화라도 시도해볼까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답은 "몰라!”.

 

그래 이것은 사춘기가 맞다. 사춘기는 그렇게 느닷없이, 예고 없이 온다. 나는 그리 유난스러운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일단 이유 없이 부모가 싫고 나를 바라보는 못마땅한 눈빛이나 말투 하나하나가 몹시도 불편하고 버거웠다. 그래서 내 방에 틀어박혀 지내다가 그나마 배가 고파져야만 내 스스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내가 꽤나 어른스럽다고 느끼며 내 감정에만 집중했던 그때 내 나이 고작 열셋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은 겪게 되는 일이다. 정말 아무런 의심 없이 맹목적으로 부모를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던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끊임없이 부모가 하는 말에 토를 달고 변변한 이유도 없이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으며 자연스레 내 자아를 찾는 연습을 하고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성장하게되는 것이다. 사춘기는 그저 자연의 섭리이고 자명한 자연의 진리이다.

 

사람들이 농담 삼아 하는 말이긴 하지만 모든 것에는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차라리 그 총량을 어릴 때 다 채우고 나면 성인이 되어서는 무탈하게 살아간다고들 말한다. 어느 날 불쑥 우리 집 애 넷이 모두 그 시기를 지나게 될 테지만 부디 사춘기가 단지 끔찍한 불청객이 아니라 인생에 길이 남을 소중한 순간이고 빛나는 히스토리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나의 미션은 그 시기에 최대한 묵묵히 아이들을 기다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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