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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강
07/06/20  

아! 팔 아파. 어깨부터 팔, 손목까지 땅땅하게 뭉치고 결린다. 코로나 이후로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근육이 아파오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게 다 한강 때문이다. 서울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드는 한강, 낮과 밤의 풍경이 너무 다르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을 만큼 두 풍경이 모두 아름다운 한강. 서울을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한강, 바로 이게 다 한강 때문이다.

 

나에게 한강은 마치 오랜 고향 친구 같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어쩌다 한번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반갑기만 한, 늘 같은 곳에 있어 주는 그런 듬직한 친구 말이다. 삭막하고 팍팍한 서울살이도, 지치고 고단한 일상도 한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근심이 가벼워지고 긴장했던 마음도 무장해제된다. 시민들의 발자국, 숨결이 배어있는 공간, 시시때때로, 사시사철 변하는 아름다운 한강은 그야말로 서울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다 보니 미국에 살 때도 서울을 생각하면 언제나 한강이 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그래서 서울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은 물론이며 미국 교포 친구들에게도 자신 있게 한강을 추천한다. 한강이 잘 보이는 카페나 식당에 가는 것도 좋지만 강가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유람선을 타며 한강의 다리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즐겁기 때문이다.

 

한강은 어렸을 때도 나에게 꽤나 친숙한 곳이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나이가 어렸을 때도 무심하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새 고요해지는 것만 같았다.

 

다시 돌아온 서울,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집에서 한강이 보인다. 부엌 창문 넘어 한강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매일 하는 하나의 의식 같은 것이어서 그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위안을 받곤 한다. 특히 석양을 품은 붉은 한강은 너무 아름다워 나의 시야뿐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이렇듯 한강은 도시 생활로 메말라 가는 감성을 흔들어 깨워주고 풍요롭게 채워 준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바로 그 한강 위에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나는 카약을 타고 한강 물을 가로지르며 다리와 다리 사이를 유유히 항해했다. 한강 한가운데서 석양을 바라보며 비릿한 민물 냄새,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맥주까지 한 모금하니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하늘을 마시는 건지 한강물을 마시는 건지 한강과 마치 혼연일체가 된 것만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금방 해가 넘어가고 다리 위의 불빛들이 까만 밤 한강 물 위로 번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 밀려왔다.

 

몸치이긴 하지만 물을 좋아해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이 수영인 나에게 카약은 또 다른 취미의 가능성을 안겨 주었다. 너무 신이 나서 지나치게 열심히 패들을 젓느라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물살을 가르며 쭉쭉 나아가던 그 짜릿함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내가 한강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고맙다. 나의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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