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스터 안!
07/13/20  

매일 아침 그는 거기 있었다. 아침 6시 30분에 가도 있었고, 7시 30분에 가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전에도 있었고 오후에도 있었다. 근무하지 않는 날을 빼고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일찍 가는 날은 제복을 입지 않고 마켓 건물 주위를 돌며 운동을 하고 있었고, 근무 시간에는 제복을 입고 건물 주변을 서성이며 경계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던지 그는 언제나 웃는 낯으로 맞이해 주었다.

 

대부분 그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감이나 공연히 죄지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허리에 찬 권총도 무섭고 제복이 주는 위엄 때문에 그들과 가까이 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언제나 웃는 낯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손을 흔들었고, 가까이 있을 때는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걸었다. 그 일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는 느낌과 그가 주는 느낌은 아주 달랐다.

 

그는 타운뉴스 칼럼을 읽었다면서 '직원들은 뭐하고 어떻게 발행인이 직접 신문을 배달하냐'고 말을 붙여오기도 했고, 나이를 물은 적도 있었다. 거리감 없이 구는 그에게 나도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었다. 몇 시부터 근무인데 새벽부터 나오냐고.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어차피 출근할 거, 집에서 뒹구느니 일찌감치 출근해서 근무시간 전까지는 운동을 한다고.

 

만난 지 대여섯 달 쯤 지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굿모닝, 미스터 안!’ ‘굿모닝, 미스터 리!’ 아침인사를 나누며 지내게 되었다. 근무 시작 전일 경우에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게만 친절하고 붙임성 있게 말을 거는 줄 알았는데 그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고 상냥했다. 마켓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했다. 누구에게나 웃으며 상냥하게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이 내게 친절하게 해준 것보다 더 보기 좋았다.

 

대화 중에 그가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 얘기를 했다. 가만히 듣다 보니 나의 고교 동창생 J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그를 아는가 물으니 친구라고 했다. 세상 참 좁다. 그가 나와 고3때 같은 반이었던 J의 친구라니.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아침 신문을 넣기 위해 들리는 마켓 타운뉴스 가판대 앞에서 그를 만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가 쉬는 날은 그를 볼 수 없어 섭섭했다.

 

한 달여 전 그는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하지 않게 되었다며 어쩌면 건너편 마켓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속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감원으로 그런가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는가 물었다. 별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근무하는 경비업체가 퇴직할 때 준다면서 한 달 치 봉급을 홀드하고 있는데 한 달 치를 더 홀드하겠다고 해서 퇴직했노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경비회사로 옮기려 하는데 그 업체가 건너편 마켓을 관리하고 있어 가능하면 그곳으로 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세상이 어느 때인데 봉급을 한 달 치, 아니 두 달 치나 주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돌아올 답이 뻔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우선 그 직업의 특성상 근무 도중 발생할 수도 있는 어떤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이 생길 경우 회사가 그 부담을 하지 않고 해당 근무자에게 부담을 지우기 위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근무자가 함부로 그만 두지 못하게 하고, 더 책임감 있게 일할 수도 있도록 하기 위한 얄팍한 방편으로 삼기 위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그가 마지막 근무한다던 날, 그에게 그럼 내일부터 건너편 마켓에서 만나는 거냐고 물으니,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아직까지 어느 곳에서도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매일 아침 그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무척 서운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하던 마켓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그의 모습이 떠올라 아직도 예전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세우고 가판대를 향해 걸으면서 그가 어디선가 나타나 손을 흔들 것 같은 상상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를 볼 수는 없어도 나는 매일 활짝 웃고 있는 그를 만난다. 그는 나를 보고 말한다. “오늘도 신문 배달하느라고 고생이 많습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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