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04/23/18  
지난 5일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 당했다.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 소장 김기종이라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일국의 대사를 테러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와 국민들을 테러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에서 체포된 김 씨는 앉아 있는 대사에게 갑자기 다가가‘전쟁 훈련 반대’라고 외치며 칼로 얼굴을 찔렀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쟁을 반대한다고 얼마든지 외칠 수는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열매 아니던가. 그러나 자기주장을 피력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날 있었던 김 씨의 행동은 단순 폭력이 아니라 명백한 테러 행위이다. IS대원들이 자행하고 있는 테러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진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큰 목소리와 거친 행동으로 마구잡이식 떼를 부리고 단체행동으로 공권력과 제도에 도전하고 있다. 또 법과 질서를 집단 이기주의와 진영의 논리에 따라 멋대로 무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행동들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다는 데 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에도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졌으며 이로 인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은 바 있다. 이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그에게 훌륭한 일을 했다고 부추겼으며 범인으로 하여금 그에 고무되어 자신이 민족을 위한 구국투사라도 된 양 착각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12월 종북 논란에 휩싸였던 신은미 콘서트 장에 한 고등학생이 사제 폭발물을 던져 행사를 중단시킨 적이 있었다. 이때도 사람들은 그에게 훌륭한 애국적 행동을 했다며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문제다. 그 어떠한 폭력이나 테러 행위도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침략자들에 대항해 폭탄을 투척하고 저격을 한 윤봉길 의사나 안중근 의사와 같은 이들의 거사와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사건 발생 후 각계각층의 반응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연한 결과지만 이를 두고 염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에 커다란 배후세력이 있다며 무조건적으로 친북세력의 반국가적 행위로 몰아가거나 그저 단순한 반미감정의 표출이라며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도 안 된다.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주장을 표출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테러이다. 그러나 김 씨가 7차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고, 범인의 자택에서 북한에서 발간한 서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는 식으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일단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김 씨에게는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지 않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싸움박질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흔들리거나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기 바란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선전선동에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한 미국에 대한 남한 민심의‘징벌’이라고 논평했다.‘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이 사건은 남조선에서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마치 대한민국 전 국민의 뜻이 반미적이며 폭력적인 양 호도하면서 이번 기회에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악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선전 선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상투적인 수법에 말려들어갈 필요는 더더욱 없다.
 
 
마크 리퍼트 대사는 이날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주최 조찬모임에서‘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집단 시위나 폭력적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며, 일국의 대사를 향한 테러가 버젓이 자행되는 나라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논의하는 것 또한 웃기는 얘기다. 무조건적으로 이상적인 목적을 향해 나아가려고만 하지 말고 찬찬히 우리 주변과 일상을 점검하고 그 분위기부터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