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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도용
04/23/18  
친구가 가든그로브 오는 길에 들렸다며 사무실을 찾았다. 근황을 물으니 최근에 은행과 신용카드 계좌를 해킹 당했다며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빠져나간 돈은 돌려받았지만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해가 큰 듯했다. 거기다 자동이체하고 있는 전기, 수도, 가스에서 케이블 TV, 전화까지 수많은 어카운트에 신고하고 변경하느라 땀깨나 쏟은 모양이다.
 
 
누군가 자신을 사칭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아이디나 계좌를 도용하여 물건을 구입하고 아파트를 임대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만은 없다. 주위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신분 도용 범죄로 한 해 1,5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1인당 1,769달러의 재정적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통계국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신분 도용 범죄로 피해 입은 사람은 1,66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폭력 범죄 피해자 680만 명 보다 2.5배나 많은 숫자이다. 연방법무부가 지난 연말에 조사한 별도의 보고서에선 16세 이상 미국인들 가운데 3,420만 명이 과거에 한 번 이상 신분 도용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밝혀 전체의 14%가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도 세 차례 신분 도용을 당한 바 있다. 몇 해 전 신용카드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내가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청구되어 있었다. 카드 회사에 전화하니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경찰에 가서 신고하고 다시 카드회사에 경찰에 신고했다는 접수증을 보낸 후에 정리가 되었지만 경찰서를 찾아가야 했고 카드 회사와 전화 통화를 위해 많은 시간을 버려야 했다.
 
 
3년 전,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텍사스의 어느 도시에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장난감을 사고, 주유소에서 가스를 넣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내 신상 정보를 이용해 카드를 발급받아 마구 쓰고 다니고 있었다. 내가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두려움은 계속 남아 있다. 누군가가 내 소셜번호와 운전면허증을 도용해서 나로 행세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직한 노릇이다.
 
 
신분 도용 사실을 알았다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 복구를 해야 하며, 회복을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신분 도용 피해자들이 신고한 후 해결하는데 평균 9시간 걸리고 있으나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체 신분 도용 피해자들의 절반 정도는 하루 안에 해결한 반면 29%는 한 달 이상 힘겨운 투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가장 먼저 신용카드 회사나 은행에 신분 도용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전화나 편지로 가능하다. 어느 회사는 편지로만 접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크레디트 리포트 조회를 통해 최근에 오픈된 어카운트가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신분 도용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신용 조회 기록을 상세히 살펴야 한다. 조회 기록이 본인이 신청한 것이 아닌 경우 편지나 전화로 본인이 조회한 적이 없음을 해당 회사에 알려야 한다.
 
 
만일 벌써 오픈되어 사용하고 있다면 도용당한 모든 정보와 어카운트를 경찰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에 경찰 리포트를 첨부하여 신분 도용 사실을 알려야 한다. 보다 더 확실한 처리를 위해서는 도용당한 은행에 신분 도용 케이스를 오픈한 후 그쪽에서 신분 도용 수사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주면, 경찰 리포트, 진술서 등을 첨부하여 은행에 수사 요청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전에 도용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멀리 해야 한다. SNS가 신분 도용 범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SNS 안에서 손쉽게 아이디를 도용할 수 있으며 이를 범죄에 이용하고 있다.
 
 
크레디트 모니터링 서비스에 가입해서 수시로 크레디트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일정한 비용을 매달 지불해야 한다.
 
 
누구나 간단하게 점검하는 방법도 있다. 구글이나 야후 등 검색 엔진에 자신의 이름이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검색하여 얼마나 많은 정보가 뜨는지 살펴보고 해커가 이용할 수 있는 자신의 정보가 있다면 삭제해야 한다.
 
 
친구는 모처럼 만나서 신분 도용 피해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만 하다 가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다음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며 사무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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