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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대선 토론
10/05/20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첫 TV토론을 벌였다. 이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두 후보는 신경전을 벌이면서 맞섰다. 트럼프는 거친 비난을 쏟아내며 주도권을 잡으려고 애썼고, 바이든은 트럼프의 공격에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서로 상대방의 말을 끊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두 후보는 첫 주제였던 연방대법관 지명 문제를 두고서 충돌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연방대법관에 ‘에이미 코니 배럿’을 지명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11월 대선 승자가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선거에서 이겼고, 우리는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백악관을 지키고 있다”면서 연방대법관 지명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미국 국민은 누가 대법관 지명자가 될지 말할 권리가 있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고수했다.

 

당선되면 보수 색채가 강한 대법원을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이든 후보는 확답을 피한 채 “투표하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밝히라고 했고, 바이든 후보는 “입 좀 다물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바이든 후보는 대법원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 것”이라고 맞섰고,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에게 마음대로 지껄이라고 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선거 결과 불복’에 대해서도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선이 끝난 후 몇 달간 결과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서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촉구했다. 우편투표는 부정선거의 소지가 크다면서 불복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 대선은 한쪽이 패배를 인정해야 끝난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대법원이나 상원으로 공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내가 당선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를 지지할 것”이라며 승복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로 물고 뜯는 투견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의 말을 줄기차게 끊었다. 판을 흔들어 놓고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토론 내내 어이없다는 듯이 수차례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발언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았다.

 

토론 결과를 놓고 각 언론사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지지하는 후보가 이겼다고 발표하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도 각 언론사마다 이견을 내고 있다. 1차 대선 토론에 승자는 없고 미국 국민들만 패자로 기록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대선 토론은 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도 벌어질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대를 존중하기는커녕 서로 무시하고 조롱하고 비웃는 모습은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공격도 문제였지만 바이든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말을 끓고 치고 들어오더라도 얼마든지 트럼프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점잖게 대응해야 했다. 발표자의 말을 끊는 등, 토론회 규칙을 위반하는 트럼프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소신과 정견을 발표했어야 했다. 자신의 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있는 트럼프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정면을 바라보면서 얘기하는 모습은 당당해보이지 않았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장이 시정잡배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기막힌 토론회를 보면서 혀를 차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평생을 장사꾼으로 살다가 언변과 배짱, 운까지 겹쳐 대통령이 된 사람과 정치판에서 잔뼈가 굳어 상원의원, 부통령까지 지낸 정치인. 칠십대 중반의 노회(老獪)한 두 사람이 상대를 물어뜯고 할퀴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지성과 덕성은 온데간데없었다. 애초에 오로지 상대방을 물어뜯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 투견장에 나온 두 마리의 맹견처럼 보였다.

 

10월 1일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 부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중이라고 한다. 토론회장에서 바이든을 향해 ‘나는 마스크를 쓸 때는 쓰고 벗을 때는 벗는데 바이든은 커다란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닌다’며 비아냥거리던 트럼프의 모습이 떠오른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대통령 후보라기보다는 광대라 불러야 더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었다.

 

두 광대들이 보여줄 쇼는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다. 남은 쇼에서 두 광대들은 우리들에게 어떤 웃음을 선사할지, 아니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으로 두 번의 쇼가 열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만일 열린다면 두 사람은 광대가 아닌, 미국의 오늘을 걱정하고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며 빈부격차, 인종갈등 등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또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답게 인류의 미래와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쾌유를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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