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년
04/23/18  
올해로 대한민국이 일본과 수교한 지 50년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2월 삿포로에서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과 전시회 등 각종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일 관계는 축하 무드가 아니다. 축하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치권을 넘어서서 양국 국민들의 마음속에까지 미움과 분노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총리 아베에게 있다.
 
 
아베는 위안부 문제를 교묘하게 피해갔다. 이에 한국과 중국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의 태도는 한국과 중국 정부를 뭉치게 했다. 중국은 이 상황을 한미일 협조체제의 균열을 위한 기회로 이용했다. 한미일 동맹의 취약점인 한일 관계를 활용한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지어 주었다. 안중근 기념관은 한국과 중국의 공조를 상징한다. 양국의 정상이 상호 방문을 통해 공조 체제를 단단히 했다. 그러자 일본은 북한에 접근해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그리고 미국에게 더 가깝게 밀착했다. 자위 국가 체제에서 벗어나 언제라도 군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헌법을 뜯어 고쳤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타국에 언제라도 일본 군대가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일본의 역할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공조는 한미일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일본과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미국의 수뇌부들이 일본을 몇 차례 방문하고 퍼스티 레이디 미셸 오바마까지 일왕을 만났다. 이제 며칠 후면 아베가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미국의 뜻있는 역사학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무위로 그쳤다. 일본 총리 아베가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미일 관계에 있어 역사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AIIB) 가입을 결정했다. AIIB는 중국 주도로 창설된 국제금융기구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ADB)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을 했다. 가입하자니 중국 편을 드는 것 같고, 안하자니 아시아 경제개발 과정에 소외되는 형국이었다. 외교적 관계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실익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가입이 이어지자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던 한국 정부도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다.
 
 
한국의 AIIB 가입으로 국내 기업들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과 경제 협력 관계도 강화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어 AIIB 가입은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AIIB 가입으로 국내 건설, 상사 등의 해외 수주 기대감이 커졌으며, 특히 AIIB가 ADB와 달리 순수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창립되었기 때문에 그 경제적 의미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 규모와 지리적 위치에 있어서 중요한 한국이 가입을 결정함으로써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앞둔 아베 총리와 일본은 동북아에서는 다소 소외된 인상을 주고 있다.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우방으로 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 오던 미국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실리를 따르면서도 1강 구도에서 2강 구도로 외교 루트를 개편한 한국의 결정이 앞으로 경제 활성화와 국제 사회 속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1965년의 한일수교는 당시 한국 상황으로 볼 때 엄청난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지만 반드시 거쳐야 했던 역사적 디딤돌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 속에 있다. 생존이 아니라 번영을, 나아가서 국제적 리더십을 추구해야 할 단계까지 이르렀다. 선진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외교 방향과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양국 관계가 악화되어 있지만 일본을 무조건 적대시 할 수는 없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균형을 이루는 실리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긴장 상태를 이루고 있는 북한과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한일수교 50주년을 맞는 한국이 안고 있는 외교 과제는 아직도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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