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0/19/20  

오랜만에 알라바바주 몽고메리시에 사는 친구가 전화했다. 친구는 5년 동안 샌디에고와 라스베가스 등지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면서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다가 2년 전에 몽고메리시에 정착했다. 나는 몽고메리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현대자동차 생산 공장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깝게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친구가 그곳으로 이주하면서 더 친근한 도시가 되었다.

 

친구가 샌디에고 살 때 만난 우리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나지만 가끔 전화해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40대 후반에 미혼인 그는 회사와 직원 숙소를 오갈 뿐 돈 쓸 일이 없어서 일 년에 2만 달러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며 전화할 때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했다. 친구는 통화 말미에 한국에 간다면서 도착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근황을 얘기하면서 친구는 자기가 일하는 회사와 주변 공장들에서 많은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사망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감염 검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여부가 의심스러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 격리를 하며 적당히 앓다가 나아지면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감염이 의심되어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감염되었음에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앓다가 나았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면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옮겨져 제2, 제3의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또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도 있지 않은가.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 그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감염 검사 비용이 개인 부담이라는 것에 놀랐다. 공익 부담으로 한다면 좀 더 감염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1세기 세계 최고 선진국가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CNN은 존스홉킨스대학 통계를 인용해 ‘14일 하루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환자가 59,494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 달 전인 9월 7일 24,056명에 2배를 훨씬 넘는 숫자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11일 이후 21개주에서 일주일 내내 하루 평균 신규환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초기 집중 발병 지역이었던 뉴욕, 뉴저지주와 2차 집중 발병 지역이었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는 신규 환자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다른 주들에서 재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대되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빈곤층 숫자도 점차 늘고 있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미국 내 빈곤층이 800만 명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이뤄진 2조 달러 이상의 경기 부양 패키지법에 의한 재정 지원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연방정부나 주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모두 다 써버렸기 때문에 빈곤층이 다시 급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대와 노틀댐대 등의 다른 연구에서도 최근 3개월 동안 빈곤층 수가 6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빈곤층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재정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만연으로 일자리 창출은 어렵고 천상 재정 지원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여·야간에 장기간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간의 협상이 타결되어 국민들 손에 현금으로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해마다 10월 15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손 씻기의 날이다. 손 씻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많은 감염병을 막을 수 있는 예방 백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바른 손 씻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론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20% 이상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손 씻을 때, 손등이나 손바닥은 물론 손톱 밑이나 손금, 손가락 사이, 엄지 등을 구석구석 비누칠을 잘하고 골고루 30초 이상 씻어야 한다. 그러나 손 씻기만으로 급속히 감염되고 있는 코로나19를 막을 수는 없다. 하루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야 한다.

 

같은 날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021년 1분기 안에 코로나19 백신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빨리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어 누구나 접종이 가능하게 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에 도착한 친구는 공항에서 철저한 검역을 마친 후 의료진이 지정해준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소식을 전했다. 부모님댁에서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에 언제쯤 돌아올 것인가 물으니 서너 달 후가 될지 아니면 조금 더 한국에 머물게 될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언제가 됐든 그가 돌아왔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 이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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