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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다
10/19/20  

주 1회 학교에 가던 우리 집 초등 어린이들이 이번 주는 주 2회 등교, 다음 주는 주 3회 등교를 앞두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등교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학교 하루 덜 가고 더 가는 것이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은 몰랐다. 원래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이제는 등교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공부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은 확실히 아니고 아이들은 그저 간절히 놀고 싶은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와 3학년인 셋째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12:50분쯤 하교하는데 이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오거나 콜렉트콜이 걸려온다. 우리 아이들은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친구 전화를 빌리는 모양이다. 

 

둘째는 친구를 활용한다. "수 어머니, 수 놀이터에서 놀다 가도 되나요?" 이런 귀여운 문자에 안된다고 퇴짜를 놓을 재간이 어디 있으랴…... 학원 가기 전까지 놀다가 오라고 허락을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깡충깡충 뛰며 좋아하는 토끼 이모티콘이 날아온다. 

 

셋째는 학교 전화기로 콜렉트콜을 걸어온다. "엄마, 친구랑 좀만 놀다가 가도 돼?" 아이의 목소리는 이미 흥분의 도가니이다. 알겠다는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 잠시 후 집 앞 놀이터에 우리 아이와 친구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나마도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1단계로 완화되며 가능해진 일들이다.

 

얼마나 놀고 싶었을까…... 나는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된다.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워낙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랑 노는 것이 최고였던 나도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올해 들어 거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했다. 마스크와 건강 상태 자가진단 없이는 교문을 통과할 수 없으며 학교 쉬는 시간에도 아예 대화 금지, 급식 먹을 때는 가림판이 턱 버티고 있으며 하교 후에는 학교 도서실이나 놀이터 그 어느 곳에도 머물 수 없다. 학교 밖에서도 가을이면 매일같이 놀이터에서 한두 시간 뛰어놀았을 텐데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생일파티들도 모두 취소되거나 간소화 되었고 친한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것마저 망설여졌다. 곧 핼러윈데이가 다가오는데 올해는 매년 하던 이벤트도 패스해야 할 상황이다. 

 

한창 친구와 어울려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할 노릇이다. 이게 다 얼어 죽을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어디 가서 빽빽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이렇게 장기화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눈 딱 감고 몇 달만 참아내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연말을 향해 가면서도 종식에 대한 기약이 없다는 사실에 맥이 확 빠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정지된 것만 같은 이 할리우드 영화 같은 상황에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맛있는 주 1회 먹는 급식 반찬을 기대하고 비록 마스크를 쓰고라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여전히 학교가 즐겁고 틈만 나면 놀고 싶다. 이 끝나지 않는 답답하고 지겨운 코로나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있다. 날마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종식될 줄 모르는 이 위기의 시대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줘야 할 텐데 나조차도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에게 다시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며 땀 흘리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을 되찾아 줄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중년 아줌마인 나 역시 아이들 학교 보낸 후 내 육아 동지들과 함께  차 한 잔하며 육아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가끔씩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 하며 깔깔 거리며 놀 수 있길 학수고대한다. 아이도 어른도 마음껏 놀고 싶다. 그런 날이 사무치게 그리운 2020년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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