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외교
04/23/18  
지금부터 6~7년 전이다. 한국 방문 중에 친구를 만났다. 고3 때 짝꿍이다. 친구가 한동안 LA에서 근무했기에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었다. 고교 동창생들이 만나면 늘 하는 얘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자원 개발 전문회사라면서 한업체의 주식을 사라고 말했다. 그리 크지 않은 조그만 회사라면서 주식을 사서 오래 가지고 있지 말고 한 달쯤 후에 팔라고 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으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식 투자를 도박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하는 탓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가 사라고 권하니 무슨 까닭인지는 알고 싶었다. 
 
 
대통령이 자원 외교 차원에서 중앙아시아의 한 국가를 방문하는데 지금 말한 회사의 대표가 수행단에 끼어 있다면서 틀림없이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회사 자체가 그리 큰 수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니까 빨리 팔라고 했다. 
 
 
친구가 얘기하는 정도의 돈은 이렇게 저렇게 하면 마련할 수도 있었지만 무언가 좋은 일이 아닌 듯하여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의 주식 정보란에 오르는 그 회사의 주가를 눈여겨보았다. 친구의 말대로 주가는 오르고 있었다. 주식을 사서 한 달 후에 팔았더라면 적지 않은 돈을 챙겼을 법했다. 
 
 
자원은 국가의 산업을 부흥시키는 젖줄이다.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부존자원(賦存資源)이 열악하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해외 원유와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어느 정권에서든지 자원 외교는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이었다. 
 
 
최근 원유ㆍ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확보의 최적기가 도래하였다. 재정이 어려운 정유회사와 유정, 특히 생산 단가보다 유가가 하락하여 경영난에 빠진 셰일가스(Shale gas)의 기업 가치는 계속 하락 중이다. 한국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이를 사둘 수 있는 외환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기회에 대한민국 자원 외교가 진흙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 외교를 하던 공기업들이 원유 확보와 대형 건설사업 수주 등을 하면서 저지른 배임ㆍ횡령과 참여 기업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등의 사업성과를 언론을 통해 크게 홍보하였으나 실제로는 큰 손해를 보거나 부실 공사로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렸으며, 과장 허위보도였음이 밝혀졌다. 자원 개발 사업 자체가 실패 위험이 크고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불확실성을 정권 홍보를 위해 성공한 사업으로 포장한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따라서 시행착오 분석과 함께 비리 진상 규명을 통해 미래의 성공적인 자원 외교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차원의‘해외 자원 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정치싸움만 하다가 청문회 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황 판단 잘못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추진 과정, 구체적 행태들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진짜 문제다. 자원 외교에 대해 여러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던 사실, 대통령의 형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이 개입한 정황 등을 보면 정치적 사리사욕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없다. 언론 발표에 의하면 현재 추산되는 자원 외교의 손실은 56조 원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 새로운 내용이 밝혀지면 그 액수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차제에 자원 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자수성가한 성완종은 현대의 창업자 정주영과 비교되기도 한다.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초등학교 중퇴자로서 기업을 일궜으며 국회의원까지 지냈으니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죽은 그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 쪽지 속의 이름들과 그 옆에 쓰여 있는 돈 액수가 문제가 되리라.
 
 
자원 외교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입안해서 실현하려고 해도 이를 추진해 나가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 든다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똑바로 된 사람,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공익을 우선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그때 친구가 주식을 샀는지 그리고 제 때 팔아서 이익을 챙겼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 그 친구는 동남아시아의 한 개발도상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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