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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百歲時代)
11/02/20  

한동안 못 보면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 그 중 한 친구와는 매주 산을 함께 올랐었다. 의기투합해서 도(道)를 깨치겠다면서 틱낫한 스님이 세운 에스콘디도의 녹야원에 들어가 일주일씩 수행을 하기도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퇴직 통보를 받아 어렵고 힘들 때도 많은 위로를 해주었던 친구다. 그리고 타운뉴스 인수 초기에 고전할 때 열렬히 응원해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언제든지 만나고 싶으면 우리는 전화한다.

 

그날도 11시 30분쯤 친구가 전화했다. 점심 먹자고 했다. 12시에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수저를 놓으면서 친구는 체중이 불어 걱정이라면서 불룩 나온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친구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공원을 함께 걷겠냐고 물었다. 친구는 좋다며 일주일에 두 번 걷자고 했다. 나야 어차피 하루 만 보를 걷고 있으니까 별 문제가 아니다. 만 보는 약 4.5마일 정도가 된다. 친구와 걷기로 한 공원에는 포장되지 않은 흙길 트레일이 잘 만들어져 있다. 왕복을 하고나면 약 2마일 정도가 된다.

 

이틀 뒤 친구와 걸으면서 그동안 밀린 얘기를 나눴다. 2001년부터 약 10년간 매주 한 번 산행을 함께하던 친구다. 왕복 약 8마일 정도를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함께 걸었다. 가끔 마운틴 발디 정상까지 올랐고, 마운틴 위트니도 함께 올랐던 적이 있다. 히말라야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으나 히말라야에는 나만 두 번 다녀왔다.

 

친구는 최근에 통풍이 와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몸이 전반적으로 안 좋다고 했다. 100세 시대 아니냐면서 앞으로 살날이 많이 남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과연 100살까지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언론에서 100세 시대라고 난리들을 치니까 진짜 1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80까지만 살아도 대단한 행운이다. 한국 통계에 의해 연령별 생존확률을 따져 보면 2019년 6월말 기준으로 70세가 86%, 80세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80세가 되면 100명 중 70명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90세가 되면 100명 중 95명이 세상을 떠난다. 말이 좋아 100세 시대지, 99세까지 사는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평균으로 따진다면 78세 정도가 된다.

 

공원에는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이웃 도시들에서 난 산불로 재들이 날리고 있었으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담소하면서 친구와 걸었다. 2마일을 걷고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초등학교 동창생이 보고 싶어졌다. 전화 했다.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무심코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고 하니 친구가 크게 웃으면서 ‘그래도 자네는 아직 복용하는 약이 없으니 복 받은 것이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는 얼마 전까지 키모 치료를 받았고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여 꾸준히 회복 중임을 까맣게 잊고 아프다고 한 것이다. 큰 병을 이겨내고 회복 중인 사람이 엄살떠는 사람을 위로 해주는 형국이었다.

 

친구와 공원을 매주 두 번 걷기로 했다고 알려주자 자기도 함께 걸어도 좋은가 물었다. 이제 다음번에는 두 친구들과 함께 걷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통계에 의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최대 연령이 평균 75세에서 78세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죽기 전에 한 8년 정도를 아프다가 죽는다고 했다. 앓으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100세까지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 중에서도 돈들이지 않고 가장 손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걷기 아닌가.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우리들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가 물어보면 자신이 얼마나 걸었는지 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걸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된다고 빨리 걸으려 하는데 그럴 필요도 없다. 천천히 조금씩 걸으면서 자신의 체력과 시간 등에 맞추면 된다.

 

걷는 것도 좋지만 보고 싶은 두 친구들을 일주일에 두 번이나 볼 수 있어 더 좋다. 욕심 같아서는 보고 싶은 친구들을 모두 불러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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