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오렌지카운티!
04/23/18  
봄바람이 불어오는 출근길이다. 개스를 넣기 위해 코스트코로 향한다. 55마일 존이다. 앞차가 너무 더디 간다. 앞차의 앞차가 천천히 가기 때문이다. 차선을 바꿔 앞으로 나간다. 과연 어떤 분이 55마일 존에서 40마일을 고집하고 가는지 궁금하다. 백발의 할아버지다. 겁먹은 표정으로 전방을주시하며 양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고 있다. 좌우와 후방을 살펴볼 겨를이 없는 듯하다.
 
 
친구 아트가 생각난다. 92살의 노인이다. 매주 수요일 동네 친구들끼리 만나는 점심 모임의 멤버다. 일 때문에 가끔 빠지기도 하는 필자와 달리 아트는 빠지는 일이 없다. 아트는 너무 노쇠해 걷기도 힘들어서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다. 그런 그도 운전을 하고 다닌다. 55마일 존에서 40마일로 가는 저 할아버지를 친구 아트라 생각하고 용서하기로 한다. 백발의 할아버지와 친구 아트는 그 옛날 오렌지 밭으로 덮인 벌판에 도로가 건설되던 그 시절부터 운전을 했을 것이다. 오렌지카운티 발전사의 산증인이라 하겠다.
 
 
코스트코에 도착한다. 주유기 호스를 연료통에 연결하고 레이에게 인사한다. 레이는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일하는 친구다. 58살이다. 레이는 사무실로 사용하는 조그만 가건물 외벽을 걸레로 닦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레이, 오늘은 어때?”“열심히 일하고 있지.”이 넓은 오렌지카운티를 달리려면 항상 주유소에 들려야 한다. 아침에 주유소에서 만난 오렌지카운티의 주민들은 모두 밝은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로 옮긴다.
 
 
출근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리는 가판대는 매일 아침 비어 있다.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타운뉴스를 읽고 있다는 얘기다. 마켓 앞의 가판대에 신문을 넣으려 하는데 은행 경비원 호세가 아침 인사를 한다. 오랜만이다. 그동안 LA의 은행에서 일하다가 다시 왔다고 한다. 호세는 올해 64살이다. 제복이 잘 어울리는 친구다. 언젠가 고향인 과테말라에 다녀온다며 입던 옷이나 신발 등이 있으면 달라고 했다. 버리기 아까워 쌓아 놓았던 양복과 구두 등을 잔뜩 갖다 준 적이 있다. 과테말라 산타로사 지역의 작은 섬이 고향인 호세는 필자의 옷이 목사인 여동생의 남편에게 꼭 맞는다고 했다.
 
 
호세가 말했다.“LA 은행에 오는 손님들하고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다르다.”“어떻게 다르냐?”“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더 나이스해”LA 손님들은 왜 자기를 감시 하냐고 따지기도 하고 얼굴이 굳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인사한다고 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오렌지카운티가 살기 좋다고 의견을 모은다.
 
 
오렌지카운티는 미국 전체 카운티 중에서 다섯 번 째로 큰 카운티이다. 약 3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기후는 완벽할 만큼 온화하며 전 카운티에 걸쳐 공원과 해변이 즐비한 아름다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날씨가 좋아 실외 스포츠가 발달했고 관광산업도 활발하다. 비즈니스 환경도 좋으며 고학력의 인력도 충분하다.
 
 
오렌지카운티의 한인들은 큰 도시인 애너하임, 풀러턴, 부에나파크, 어바인 등에 많이 살고 있다. 특히 가든그로브에서 라하브라까지 연결되는 비치 블러버드에는 한인 상권이 밀집해 있기도 하다. 가든 그로브 시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던 한인 상권이 점차 이동해 현재는 부에나 파크시의 멜번과 비치가 만나는 곳에 대형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오렌지돌프와 비치가 만나는 사거리에는 한인들이 대형건물을 신축 중에 있다. 정치적으로는 현 어바인 시장이 한인이고 부에나파크시의 시장도 한인이었다. 지난 해 선거에서 영 김씨는 가주 하원의원에 당선되었으며 미셸 스틸씨는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에 당선된 바 있다. 피터 김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라팔마 시장으로 재직 중에 있다.
 
 
오렌지카운티에 인구 유입이 늘고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는 현상은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민 역사 초기에 한인 타운을 형성했던 LA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오렌지카운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파란 하늘 밑으로 끝없이 펼쳐진 오렌지카운티에 한인 이민 역사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것일까. 한인들의 정계 진출도 활발하고 비즈니스 활동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의 에너지는 넘치고 개발과 투자는 역동적이다. 온화한 기후와 넓게 펼쳐진 지리적 조건 때문인지 인심도 푸근하고 넉넉하다.
 
 
봄바람 부는 출근길에 오렌지카운티의 젊은 얼굴을 보는 기분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솟아오른다. 마지막으로 케어 센터에 들러 아버지를 만나는 일이 남았다. 쇠약해져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출근길에 만난 사람들 얘기를 해 주고 힘내시라고 말해야겠다. 아버지도 젊은 오렌지카운티의 일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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