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절차
11/16/20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언론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쳐 한 후보를 몹쓸 사람으로 만들어 가면서 거의 욕설에 가까운 비판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뉴스 매체들의 영향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대부분 자신들이 접한 언론에서 전하는 내용에 자기 생각을 덧붙여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음을 느꼈지만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다 부질없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언론에서 연일 보도하는 것처럼 ‘누구 승리, 누구 불복’으로 간단하게 요약해서는 곤란하다.

 

선거 결과를 언론이 확정짓고, 언론이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특정한 사람을 승자라고 선언했다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국민이 투표하고 개표 절차에 따라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것이다. 즉 미국 대통령은 적법한 선거 절차와 투표 시스템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미국 선거 제도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혼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50개 주가 합해서 만든 합중국(연방국가)이다. 따라서 선거의 시간과 장소, 개표 과정 등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가 관할한다. 즉 선거 실무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주의회가 권한을 갖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26만 6천표가 우편으로 접수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과거보다 우편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늘어나 250만 표에 달했다. 다른 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 주들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우편투표를 처리할 인력과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선거 당일 저녁, 늦어도 다음날 오전에는 결과를 알 수 있었던 대통령 당선자 확정이 이토록 늦어지게 된 것이다.

 

우편투표로 인한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언제까지 도착한 표를 합법적인 표로 집계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미국 헌법에 의하면 선거의 ‘시간, 장소, 방법’은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아니라 주의회가 관할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주의회가 선거 마감 기한, 유효표 결정, 개표 방법 등을 모두 관할한다. 펜실베이니아 주의회는 선거 당일인 11월 3일(화) 선거 마감 시간까지 도착한 것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했다. 참고로 펜실베이니아 주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으며,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의 톰 울프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은 주의회의 결정을 뒤집고 11월 6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 역시 모두 카운트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우편투표의 도착 마감 기한을 선거 종료 3일 후인 6일(금)까지 연장시켰다. 실제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선거 일을 지나 4일, 5일에도 계속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회 소속 공화당원들은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방대법원에 항고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 시기에 한 명의 대법관이 사망했다. 연방대법원은 9인 대법관 체제가 아니라 8인 체제가 되었다. 4-4로 혼란스러운 결정이 날 수 있음을 의식한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의 처리를 보류했다. 하지만 몇 주 전 새 대법관이 임명되어, 이제 연방대법원은 재판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00년 플로리다에서 있었던 부시와 고어의 재검표 기간을 고려한다면, 12월 초에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 된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헌법에 명시된 대로 선거 관할 권한이 전적으로 주의회에 있다고 판결한다면, 펜실베이니아 주의회의 원안대로 11월 3일 이후 도착한 모든 우편투표는 무효표 처리 된다. 반대로 연방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여 최종심을 확정한다면 11월 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역시 일반 투표와 마찬가지로 유효표로 처리된다.

 

비슷한 이유를 들어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등에서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처럼 다른 주에서도 11월 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는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설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의 주장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이 모든 혼란을 다루는 미국의 시스템과 법적 절차가 존재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차분히 기다려보자. 누가 승자인지 분명히 판가름 날 것이다.

 

사람들은 미국 시스템은 완벽하기 때문에 선거에서 절대 부정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처럼 철저한 나라에서 어떻게 부정 선거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을 믿는다. 하지만 사람은 믿지 못한다. 아무리 탁월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으며, 한 번 실수의 파장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철저한 감시와 조사를 통해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 달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어 당선자가 확정된 다음에는 양측이 모두 결과를 인정하고, 서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오기를 고대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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