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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독자이다
11/23/20  

아침 출근길, 가장 간절한 소리는?

쪼르르륵 (커피 따르는 소리)

아 따뜻해.

 

아침 출근길, 커피 한 잔이 절실한 직장인의 일상을 잘 표현한 맥도널드 광고이다. 소리만으로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의 오감마저 자극한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는 중독성이 심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집중을 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정반대로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면 속이 안 좋은 편이다. 몇 번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흉내내 보았지만 속이 메슥거리고 울렁거려서 꽤나 고생을 했다. 커피 정도는 중독되어도 크게 흠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른다. 그저 누가 커피 한 잔 산다고 하면 예의상 카페에서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중독의 대명사 담배. 영화 '비트'의 정우성 덕분에 우리 시절 많은 교우들이 담배의 연기로 빠져들 때도 나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도 피울 계획은 전혀 없다. 그 다음은 손을 자르면 발로 한다는 도박. 손쉽게 친구들과 친척들과 점 백으로 시작해서 멱살도 잡는다는 고스톱도 내게는 하품만을 선사할 뿐이다. 요즘 아이들이 죽고 못 산다는 게임은 어떤가? 애플이 아이패드를 처음으로 출시했을 때 밤을 새우며 게임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은 어둠 속에 공중 부양한 하얀 얼굴 귀신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귀신은 일주일쯤 지나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토록 재미있었던 게임이건만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고 그게 끝이었다. 음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언젠가 스벅(스타벅스에 준말)에서 출시된 티 음료를 너무 좋아해서 즐겨 마셨더니 남편이 스벅에서 같은 티 한통을 구매해서 2리터짜리 주전자에 담아줬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10년째 그 음료를 멀리하고 있다.

 

이렇게 영원히 중독 따위는 모르고 살 것만 같던 내가...... 변했다. 바로 스마트폰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다. 검은 터틀넥에 블루진, 스니커즈를 신고 무대에 올라온 아저씨는 "It fits beautifully in the palm of your hand."라고 외쳤다. 환 공포증이 있는 환자가 블랙베리의 키보드를 없앤 스마트폰을 소개했을 때 나랑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화기로는 전화나 걸고 문자만 보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폰을 손에 쥐자 폰은 어느덧 내 손을 넘어 내 마음에, 내 정신에 들어와 버렸다. 그렇다! 내 생애 첫 중독의 대서사시에 막이 올랐다.

 

눈을 뜬다. 눈을 비비기도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당위성을 준다) 충전기에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집는다. 일어나도 괜찮은 시간이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대신 폰을 얼굴에 갖다 댄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도 용케 내 얼굴을 인지하고 폰 잠금을 푼다. 이제 나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와이프, 스와이프, 톡, 톡...

포털 사이트의 뉴스부터 확인한다. 코로나19 관련 소식은 물론이고 주요 뉴스들 제목을 훑어보고 연령별 많이 본 뉴스에서 40대는 꼭 챙겨보는 편이다. 

 

대충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고 나면 이제 나의 SNS 세상으로 들어간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차례로 들어가 새롭게 올라온 덧글부터 확인하고 친구들의 포스팅을 구경한다. 큰아들과 키가 비슷했던 친구가 자기 엄마만큼 커진 사진을 보며 놀라고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는 친구가 개 데리고 산책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다. 밤새 늘어난 좋아요 수에 만족하며 그 다음은 블로그로 이동한다. 무의식의 흐름처럼, 본격적인 운동 전 스트래칭처럼, 기상 전 최소 30분 넘게 폰을 들여다보고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안다. 이쯤 되면 중독이라 해도 아니라고 부정할 자신이 없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반복되는 데다가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폰이 내 손안에 없으면 불안하다. 기다리는 전화도 없는데 손에 쥐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눈뜨자마자부터 화장실 갈 때나 식사를 할 때도, 결국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은 마치 내 신체의 일부처럼 나와 함께한다. 

 

혼자 있을 때는 당연지사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대화가 재미있어도 자연스럽게 폰을 찾아 손이 움직인다. 바로 확인해야 할 것도 없는데 습관처럼 폰을 꺼내 확인하고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물론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채팅으로 대화를 한다는 요즘 청소년에 비하면 양반일지도 모르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블랙 미러'라고 불리는 이 작은 화면으로 못 배울 것이 없고 못 할 소통이 없으며 세상 모든 것을 조종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문득 쓸쓸해진다. 폰이 없으면 불안한 세상, 직접 대면하는 것이 어색한 세상, 아날로그에 열광하는 디지털 세상, 사람이 그리워 결국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세상 속에서 가끔은 너무나 외로워 어쩔 줄 모르겠다. 이것이 스마트폰 중독의 폐단이란 말인가…... 생각하면서 어느새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찾는다. 분명 시간과 날씨만 확인해야지 했는데 순식간에 SNS 앱을 열고 있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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