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추수 감사절
11/30/20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2020년, 숨 가쁘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 덧 12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백신이 개발되어 이제 곧 코로나19를 잠재울 수 있다고 떠들썩하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에서만 하루 19만 5천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 최대 명절, 추수 감사절이 도래했다. 미국 대륙 전체가 들썩이는 때이다.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민속 명절이다 보니 보건 당국이 아무리 여행금지를 권고해도 소귀에 경읽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21일 미 전역에서 200만 4천200여 명이 항공기로 여행길에 올랐다. 이는 지난 3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항공기 이용객이 가장 많은 이틀이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만나 함께하는 큰 명절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위험하니 여행하지 말란다고 하지 않을 것인가? 경고는 그저 경고에 불과했다. 보다 더 적극적인 예방과 홍보를 했어야 했다. 아울러 항공기 이용자들에게 철저한 검역을 하고 그들의 행선지를 분명히 파악해서 환자 발생 시에 대처해야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아주 간단한 방법조차 시행하고 있지 않다. 그저 여행자들에게 자가 격리만을 독려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에서 LA를 찾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LA 공항에서 별다른 검역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예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입국 수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공항에서는 철저한 검역 절차를 밟아야 하고 입국해서는 2주 격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추수 감사절은 위험을 무릅쓰고 여행을 감행할 만큼 미국의 큰 명절이다. 우리 집도 한국 사는 첫째와 둘째를 빼고 모처럼 미국 사는 식구들이 다 모였다.

 

그동안 미국에서 지낸 추수 감사절을 생각하노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거쳐간 모든 인연과 일어난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할 것들이 가득차 있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겠지만 정신없이 살다보면 감사한 마음을 잊게 된다. 그나마 매년 11월에 들어서서 추수 감사절이 다가오면 좀 차분히 생각해 보는 편이다. 추수 감사절의 유래나 의미를 거론하려는 것은 아니다. 추수 감사절은 일종의 연례쉼표라고 생각한다. 바쁘고 정신없는 우리의 삶을 잠깐 쉬어가면서 주변의 친지나 이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다. 앞만 보고 치닫는 가파른 삶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드는 고마운 절기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피부에 와 닿는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해마다 이맘때면 추수 감사절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마켓이나 상점들도 절기에 맞춰 풍성하게 단장을 하고 깊은 가을 추수 분위기를 연출해 마음이 푸근했었다. 그런데 예년 같으면 할로윈이 지나고부터 들리던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뜸하다. 각종 언론매체들의 광고는 물론 상가나 업체들도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과거 이맘때면 업소들 대부분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 끝마쳤는데 12월이 코앞임에도 상점들의 쇼윈도에는 전시해 놓은 크리스마스 선물용 상품들이 보이지 않는다. 산더미같이 쌓아 놓고 세일을 시작했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오죽하면 10월에서 그대로 12월로 건너뛰는 것이 아닌가 느낄 정도였는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당기려는 마케팅 전략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 만발한 세일 속에 미리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소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미리 닥친 크리스마스 분위기 속으로 밀려들어 가던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얼마 없는 돈을 다 털어서라도 소비 분위기에 휩쓸리고, 또 돈이 바닥난 사람들은 크레디트 카드에 의지해서라도 세태에 묻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조용하다. 쇼핑 분위기는커녕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수심만 가득하다. 경기는 어려워지고 민심은 더 흉흉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감사의 계절이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이웃, 가까운 친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이다. 작은 물건이라도 받는 사람이 꼭 필요로 하는 것으로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해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건넨다면 어떨까 싶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뜻깊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는 것은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감사가 없는 삶이나 생활은 공허하고 힘이 많이 든다. 지나치면 슬픔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주위의 모든 것을 둘러보고 내 자신의 위치를 재점검하면서 큰 그림 속의 자신을 돌아볼 때 감사는 저절로 따라 온다.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 추수 감사절 상 앞에 모여 앉아 감사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깨닫게 된 여러 가지 소중한 것들에도 감사하면서 하루 빨리 바이러스가 박멸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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