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04/23/18  
졸업시즌이다. UCLA와 USC를 비롯해 UC버클리 등을 시작으로 다음 달 중순까지 캘리포니아 주요 대학들의 졸업식이 이어진다.
 
 
‘졸업하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하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졸업식 정경이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고, 꽃다발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공일오비의‘이젠 안녕’이라는 노래를 추억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 정도의 나이든 사람들 중에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50대 이상 된 사람들의 상당수는 졸업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어떤 분은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들을 흥얼거리면서 신이 나서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했다. 더스틴 호프만이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으로 나오는 영화, 결혼식장에서 다른 남자와 식을 올리고 있는 신부 손을 잡고 뛰어나오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교회 문을 활짝 열고 나와 사람들이 따라 나오지 못하게 문에 빗장을 걸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달리는 젊은 남녀의 눈동자와 힘찬 뜀박질, 이제 비로소 진정한 졸업을 하는 것이다. 부모나 친지들에게서 벗어나 자기 결단을 통해 세상 보는 눈을 갖고 활짝 열려진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취업이 연상된다고 했다.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제일 처음에 해야 할 일이 직장을 구하는 일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생활하고 배우자를 만나 자식을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 준비를 해야 한다. 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s and Employers에 의하면 올해 취업률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졸업생의 70% 이상은 취업을 못하고 부모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NACE는 설문조사를 통해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대학 졸업생의 초봉이 연 6만 달러를 상회하는 직종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높은 직종은 화학공학 전공자들로 평균 연봉이 6만 6천 달러에 달했으며, 컴퓨터 사이언스, 기계공학, 컴퓨터 공학, 산업공학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5만 달러 이상, 6만이 안 되는 업종으로는 간호학, 수학, 경제학 등의 전공자들이었다. 주로 이공계 출신이 문과 계열 출신에 비해 고액을 받으며, 취업도 쉬운 편이다.
 
 
이처럼 사회 첫발을 디디면서 무엇을 전공했는가에 따라 연봉에서 큰 차이가 난다. 전공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학 4년 동안의 공부가 졸업 후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니 만큼 신중을 기하고, 무엇보다도 각자의 적성과 관심사를 잘 살펴 결정해야 한다. 사실 대학 4년은 한 인간의 일생에 비추어 볼 때 한 시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다가 올 긴시간에 대한 방향과 틀이 짜인다. 때문에 소홀히 할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함과 동시에 졸업 후에 펼쳐질 삶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좋아하고 적성에도 맞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또 적당한 시기에 전문가들을 찾아가 적성검사 등을 해서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회하거나 실패할 확률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해마다 필자도 졸업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와 앉았다. 대학 진학이 결정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재수를 결정한 아이도 더러 있었다. 물론 이도 저도 아닌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교정 밖으로 나간다는 설렘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시원섭섭함과 함께 교실에 감돌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제군들이 학교를 졸업했다고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마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것이아니다. 무덤 속에 들어가는 날까지 하는 것이 공부다. 게을리 하면 세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상살이가 다 공부인 것이다.”
 
 
그렇다.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하고 학교 밖에서도 한다. 때로는 살다가 학교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살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끊임없이 재충전하며 할 수도 있다. 졸업은 일정 기간의 공부를 일단락 짓는 형식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의 공부에는 졸업이 없다.
 
 
취업난과 맞물려 있는 2015년의 졸업시즌을 먼 미래로 향하는 희망의 시각으로 바라보자. 졸업 후에도 평생 공부하며 산다는 각오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문은 얼마든지 열 수 있다. 문을 활짝 열고 뛰어나가 새 세상으로 내딛는 뜀박질은 졸업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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