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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끝은 있는 거야! - 사기꾼 유튜버들에게 바칩니다. 쇼!
12/21/20  

지난 12월 14일 오후 9시쯤 구글 서비스 동시다발 접속 장애가 40여 분간 계속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와 지메일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가 완전히 마비된 것이다.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가 대략 4,319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 83%에 달하니 유튜브가 불통이었던 저녁 시간 불안한 사람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유튜브 의존도가 더 높아진 가운데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10위까지 온통 유튜브 접속 오류, 에러, 먹통 등이었다고 하니 그 절실함과 다급함이 충분히 전해지는 듯하다. 

 

같은 날 유튜브 관련 다른 뉴스도 올라왔다. 제목은 "조두순보다 유튜버가 더 무섭다"로 내용은 이렇다. 지난 12일,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여 경기 안산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 주변에 유튜버들이 진을 치며 유튜브 방송을 하는 통에 이웃 사람들이 극심한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내 딸보다도 어린 여아를 짐승처럼 잔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이 고작 12년의 징역형을 살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에 대해서는 나도 굉장히 유감이다. 게다가 술을 마셔 제정신이 아닌 심신 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감형이 되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살다 보면 술 때문에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술 마시고 내가 한 행동들을 돌이켜보면 자다가도 이불킥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것들이 꽤 있다. 전적으로 알콜 탓만 할 수는 없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절대로 내 스스로 하지 않았을 언행들도 있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토를 한다든가, 별로 안 친한 직장 동료를 붙잡고 질질 짠다든가,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걸 실수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조두순이 한 짓은 절대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범죄였고 일반 사람들은 술을 마셨다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처벌 수위 논란이 다시금 일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움직임을 벌였고 언론에서도 끊임없이 거론되었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의감에 불타 출소하는 조두순을 향해 함께 공분해 주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들은 그 정도가 지나쳐 이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조두순 집에 음식을 배달시켜 전달되는지를 촬영하고 그 앞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조롱하기도 하고 옷을 벗고 몸매 자랑을 하고 자기네들끼리 싸우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런 행동들은 아무리 잘 봐줘봤자 구독자와 조회수 올리려고 혈안이 된 관종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쇼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만약 카메라가 없었어도 그런 행세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사실 이번 일은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유기묘를 구출해서 보호하고 입양하는 고양이 유튜브 채널로 50만 구독자를 자랑하던 수의학과 학생의 유튜브 콘텐츠는 내막을 들춰보니 돈을 위한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했다. 또 작년 겨울 어떤 유튜버는 첫 영상을 올린 지 약 한 달 만에 30만 구독자를 모을 정도로 화제가 된다. 유튜브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건 전 국민이 다 알만한 공인이 아니고서야 절대 이룰 수 없는 숫자이다. 그는 틱 장애를 극복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감동받았고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주작 놀란과 함께 의혹이 붉어지며 결국 해당 유튜버는 본인의 장애를 부풀려 방송했다고 고백하며 씁쓸하게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공직자, 사업가, 정치인들도 밥먹듯이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유튜버들에게 대체 얼마나 투명하고 도덕적이길 원하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떠오른 유튜버 열풍은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끝나지 않을 기세다. 요즘 초등학생들 선호 직업 중 당연 톱이 유튜버라고 하니(사업가, 정치인은 아예 10위권 안에 없음) 양심 없는 유튜버들을 관리 감독할 규제방식 적용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만 해도 "어, 나 이거 유튜브에서 봤는데......"를 입에 달고 다니기 때문에 유튜브에 관리 없이 떠돌아다니는 영상들에 대한 염려가 이제 단순한 걱정을 넘어 공포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그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며 자연스레 성과를 높이기 위해 즉,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언제부턴가 썸네일과 제목이 과해지고 자극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수순이다. 하지만 부디 그 선을 넘진 않았으면 한다. 돈 때문에 자신의 양심과 영혼을 팔고 진실과 정의를 변질시키는 일만은 제발 멈춰 주었으면 좋겠다. 조두순 집 앞에서 벌이는 쇼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주변에 살고 있는 죄 없는 이웃들과 피해자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하란 말이다. 부디 자신들의 행동이 정의를 가장한 쇼이고 사기극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갖춰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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