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04/23/18  
막내아들 팀은 여덟 살부터 농구를 했다. 라미라다 시의‘유즈 베스킷볼’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9월에 선수들을 모집한다. 실제 운영은 12월에 시작해서 3월초에 끝낸다.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끼리 팀을 짜서 3개월 동안 주중에 한 번 연습하고 주말에 경기를 한다. 각 팀에는 코치가 있어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지도한다. 대개의 경우 아이들 중의 아버지가 코치를 맡는다. 자기 자녀를 참여시키면서 봉사도 하는 거다. 라미라다 시의원인‘에드 잉’이 팀의 첫 번째 코치였다. 코치 잉은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팀에게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고 했다. 또래들끼리의 경기에서 비교적 잘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까지 있는 줄은 잘 모르겠으나 코치의 말 한 마디가 팀과 그의 아빠(필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해에 클럽팀에 조인했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팀에도 조인했다. 10학년부터 학교 대표팀 주전 가드로 뛰었다. 그리고 올 9월부터는 대학팀에서 뛰게 되었다.
 
 
10년 동안 농구를 계속해온 팀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동네 어린이들을 모아 농구 지도를 하면서 용돈도 벌었다. 짭짤하게 수입을 올리더니 이번에는 어린이 농구캠프를 열겠다고 했다. 스텝을 구성하고 동네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받아 티셔츠를 제작하는 등의 소란을 떨었다. 체육관도 섭외가 끝났다며 어린이들이 50명 정도는 올 것이라고 했다. 스텝도 8명이라면서 충분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용돈도 버니 괜찮은 일이라며 필자도 덩달아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룬 큰 아들과 딸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식당에서 일했다. 극장 옆에 있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큰 딸이 풀러턴의 작은 한인 식당에서 일할 때 아이를 기다리다가 커다란 쓰레기 뭉치를 낑낑대며 들고 가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파했던 기억도 있다. 식당에서 제일 힘든 일이 양파 까는 일이라고 했다. 큰 딸은 그 후 병원에서 일하며 대학 4년을 마쳤다. 단 한 푼도 학비를 보태주지 않았다. 제가 벌어서 학교를 마친 셈이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한 후 결혼해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면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 9월에 대학 3학년이 되는 작은 딸도 방학에는 풀타임, 학기 중에는 파트타임으로 학교 근처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독일어‘Arbeit’에서 나온 말로 본래는 일이나 직업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주로 학생주부가 수입을 얻기 위해 시간제로 일하거나 직업인이 부업으로 일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간단히 파트타임‘part time’이라고도 하고‘단기 계약직’을 뜻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공부하며 열심히 돈까지 벌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매우 건설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어른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심심풀이로 일한다는 뜻도 되고, 아니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임시직이라도 불사하고 일한다거나 아니면 과외로 돈이 필요해 정규직 외에 일을 더 한다는 뜻으로 통하기도 한다. 요즈음같이 살기 어려운 때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직업을 제대로 가지고 있어도 과외로 수입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아니 해야 될 것 같은 때이다.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전업주부, 또는 은퇴한 노인들도 아르바이트 거리가 있으면 기꺼이 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이 맡아하던 아르바이트도 이제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이 확실한 정규직업만 있으면 온 가족이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 가족이 정규직 외에 아르바이트까지 겸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원하게 뚫리지 않는 경제도 그 위에 부채질을 한다.
 
 
팀과 그의 친구들이 기획하고 추진한 농구 캠프에는 스텝들보다 3명이나 적은 5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했다. 50명을 예상했고 20여개 업체들의 후원을 받아 티셔츠 뒤에 업체 이름들이 빼곡하게 차있는데 정작 참여자는 5명에 불과했다.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경비는 경비대로 들였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그래도 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은 경험이었고 농구교실은 재미있었다고.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본격적인 삶의 경쟁터로 나가게 된다. 편안하고 풍요로운 시절이 다 지나가고 높은 실업율과 취업경쟁으로 불안한 이 때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우리 자식세대들이 애처롭고 걱정된다. 하지만 작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더 수입이 좋고 보람 있는 일들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우리 동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향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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