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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기서 나와 (1)
01/11/21  

1월 7일 한국 농림축산 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 현지인이 제일 사랑하는 한식 1위는 '한국식 치킨'이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가 아닌 치킨이라니?! 치킨은 전 세계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인데 굳이 한국식 치킨을 제일 사랑한다고 하니 한국식 치킨이 분명 맛있긴 맛있는 모양이다. 

 

누런 편지봉투에 현금 두둑이? 월급을 받아오시던 옛 아버지들은 월급날이면 또 다른 누런 종이봉지를 하나 들고 오셨는데 그 안에 포일로 동그랗게 쌓여 있던 또 다른 노랑 통닭(간접광고 아님)을 잊을 수가 없다. 후추 소금과 하얀 무 봉지와 기름에 바싹 튀겨져 노랗던 통닭은 일단 냄새부터 그 맛까지 온 식구를 사로잡았다. 추억이라는 것이 세월을 더하며 그 겹을 더하다 보니 맛이 선명히 기억나지도 않으면서 '오도독 오도독' 연골까지 열심히 뜯어먹었던 기억이 그저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세월이 흐르며 여러 형태로 변해가던 한국식 치킨은 내가 미국에 살 때는 접하기 힘든 메뉴였다. KFC, Popeyes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저렴한 가격으로 닭요리를 공급하니 한국식 치킨은 설자리가 마땅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치킨 1세대 페리카나 치킨이 한인 타운에 있긴 했지만 내가 기억하던 한국식 양념 치킨과 전혀 다른 맛에 놀란 후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러다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식 치킨이 LA에 상륙했었는데 OC에 사는 내가 마음을 먹고 사 먹으러 갈 정도로 입맛에 딱이었으니 이 신메뉴는 바로 교촌치킨이었다. 치킨과 간장이라니. 불고기도 아닌 것이 바비큐도 아닌 것이 튀김인데 튀김이 아닌 것 같은 모호한 경계선상의 이 메뉴는 내 미각을 자극하고 중독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차를 몰고 엘에이까지 가서 사 먹었을까. 미슐랭 선정 기준을 적용하자면 먹고 싶어 여행을 하는 정도이니 미슐랭 쓰리 스타!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도 기대했던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교촌치킨이었다. 다시 정정하자면 교촌 배달 치킨이다. 직접 찾아가는 수고가 웬 말? 전화나 앱으로 몇 마디 혹은 몇 번 클릭만 하면 순식간에 집 앞으로 따뜻한 치킨이 배달되어 오니 치킨 먹으러 LA 가던 나에게는 신천지! 하지만 그 첫 배달의 만남은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기대가 커서? 내 입맛이 변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가게 앞을 몇 번 오가며 알 수 있게 되었다.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라서 그런 건지 살짝만 들여다봐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지저분함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가게 앞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담배 연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것 같은 어린 배달 직원이며 5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사장님까지 늘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전 스탭 분위기며 너저분한 가게 내부, 여러 가지로 조합해볼 때 위생과는 완전 거리가 멀어 보였다.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마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 뭔지 모를 배신감과 내가 느낀 이 기분이 나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동네 친구들의 동의까지 받으니 나의 최애 치킨이 더 이상 최애가 아니었고 결국 나는 미용실처럼 치킨집 유목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동네 큰길에 또 다른 코로나19의 희생양으로 보이는 어느 카페가 문을 닫고 새로운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것을 목격하였다. 이번엔 어떤 가게가 생기려나 하며 지나쳤는데 며칠 후 다시 그 길을 지나며 본 간판은 교촌치킨 신규점이라니! 게다가 배달 전문점이 아니고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치킨을 먹을 수 있는 펍 스타일 식당이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오픈 날짜까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나는 당당히 개업 첫날 첫 손님으로 그 치킨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어... 어? 어?!!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갑자기 이 노래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끝이 없는 후렴처럼 계속해서......"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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