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리 총장과 어머니
04/23/18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물음들이 참 많다. 특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자식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등, 자녀교육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답이 없다. 맹자나 한석봉 어머니,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아버지 이야기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다. 중국이나 한국의 호랑이 엄마들이 혹독한 방법으로 자녀를 키워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냈다거나 빼어난 스포츠 선수, 훌륭한 음악가로 길러낸 훈육법도 들어보았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성공한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온 세상 사람들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인 천재 소녀의 이야기도 그 한 예라 하겠다.
 
 
처음 그 기사를 보면서 석연치 않다고 여겼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탐이 났으면 두 학교에서 2년씩 수학하고 각 학교가 졸업장을 주도록 프로그램을 만들면서까지 학생을 유치하려 했을까. 그런 소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가슴 뿌듯해 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내일 아닌가. 그러나 며칠 뒤 들리는 소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사기극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기 싫었던 아이가 만들어낸 쇼였음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서류까지 위조해서 공개하는 아이의 장난에 부모와 언론, 온 세상이 놀아난 것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이 저지른 어리석은 일이 다 자기 탓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면서 아이의 병을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의 어처구니없는 장난에 분노했던 한인들은 아이와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고 이해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국인의 엘리트 의식, 최고만을 추구하는 정신이 만들어낸 이 시대의 슬픈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사실 필자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다. 큰아들이 초등학교 때 구(區)내 학교 대항 체육대회에 나가서 원반던지기 종목에서 2등을 하고 자랑스럽게 그 상장과 메달을 내보였더니 필자가 왜 일등을 하지 않았냐며 야단을 쳤다는 것이다.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다. 아들은 그 이후로 어차피 일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만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고교 1학년 때 아이에게 미국 유학을 권유한 것도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천재소녀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다.
 
 
지난 23일 City of Orange에 거주하는 한인 Steven Lee 박사가 조지메이슨 대학교 한국 캠퍼스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조지메이슨 대학교는 1957년에 개교했으며 워싱턴 D.C. 근처 버지니아 주 페어펙스에 있다. 2012년 US News지가 성장속도가 빠른 대학 1위로 선정했으며 특히 경제학 분야가 강한 학교로 이 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제임스 뷰캐넌이 1986년, 2002년에는 버논 스미스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바 있다. 남가주의 명문 사립대학 USC가 설립한 USC Korea의 대표로 6년간 재직해 오던 스티븐 리 박사는 오는 7월 13일 취임과 동시에 조지메이슨 대학교 한국캠퍼스를 이끌어 갈 것이다.
 
 
하와이로 초등학교 시절 이민 와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시애틀에서 성장한 스티븐 리 박사는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던 중에 부인을 만나 학문에 뜻을 갖게 되었으며 워싱턴 대학에서 외국어와 국제학 학사 학위, 언어학 석사를 받았다. 그리고 USC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리 박사의 부인 다이안 리 씨는 프라이머리 세무법인의 대표이며 남가주 세무사 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금 보고 시즌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세무보고를 무료로 도와주는 등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서 많은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LA 총영사관과 함께 세무포럼을 설립하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티븐 리 박사 부부와 점심을 함께 하면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티븐 리 박사의 어머니는 너무 공부를 많이 해서 힘들게 살지 말라면서 석박사 공부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조지메이슨 대학교 총장직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으며, 한 세상 살다 가는데 재미나게 살지 무엇 때문에 많은 책무가 따르는 힘든 일을 맡아서 하려고 그러냐면서 말렸다는 것이다. 보통 한인 부모들하고는 다른 교육 방침이고 삶의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인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저명한 대학의 한국 캠퍼스 총장이 되었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지만 여기서 자녀 교육의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부모는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살펴주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아이의 미래는 본인 자신의 의지와 실천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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