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유감
02/15/21  

 

지난해 3월, 사촌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누나는 ‘한국 사는 여고 동창생 십여 명이 미국 사는 동창들과 5월에 LA에서 만나 졸업 50주년 기념식을 하고 함께 여행할 생각으로 LA에 있는 한 여행사의 여행상품을 예약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약하려고 하니 여행사 측에서 해약이 어렵다며 일정을 연기하라고 한다. 계약금으로 일인 천 달러 정도를 지불했다며, 해약과 함께 그 돈을 돌려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해당 여행사 박 사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이미 담당자가 잘 진행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사촌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들은 그대로 전달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기 전에 누나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담당자가 절대로 환불은 안 되고 무조건 연기하라고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 사장에게 다시 전화하니 박 사장은 먼저와 똑같은 말을 했다. 담당자가 계약한 분들이 원하는 대로 잘 하고 있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또 누나에게 같은 말을 전했더니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박 사장에게 또 다시 전화했으나 박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누나에게 이제는 박 사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니 누나는 자기 일로 박 사장과 관계가 나빠지면 안 되니까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면서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제는 내 얘기이다. 작년 초에 한국에 가기 위해 대한항공에 예약을 했다. 2020년 5월 4일 LA 출발, 6월 3일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항공사 직원은 환불받지 말고 항공료가 인상되더라도 더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바꿔 두라고 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해를 넘겨 오늘(2월 11일) 대한항공에 전화해서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 없어 환불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자 예약했던 항공권 번호를 아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그럼 환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내 이름과 나의 정보를 갖고 안 되냐고 물으니까 예약했던 출발일이 언제인가 물었다. 그리고 내 셀폰 번호를 물었다. 잠시 후,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혹시 내가 전화를 걸 때 사용한 번호를 아냐고 물었다. 회사 번호를 주었다. 그러나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내가 항공권 번호를 모르면 환불 받을 수 없냐고 하니 ‘죄송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분명히 내가 예약을 했으니까 내 이름과 나에 관한 정보를 입력하면 나오지 않겠는가 물었다. 그렇게 했으나 알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대한항공에서 항공권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찾아서 그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1,000달러가 넘는 큰돈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판이었다.

 

고객에 대한 배려는커녕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의도 자체가 손톱만큼도 없지 않은가? 작년에 대한항공에서 받은 이메일을 찾기 위해 샅샅이 뒤졌다. 드디어 찾았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담당자가 다른 사람이었다. 용건을 얘기하고 그들이 원하는 번호를 찾아서 불러주었다. 그제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지불할 때 사용한 크레디트 카드 번호로 환불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카드는 해지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하자 그리로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카드회사에 전화해서 이미 해지했지만 반환금을 받아서 내게 전해줄 수 있는가 확인한 후에 그들이 승인하면 승인했음을, 만약 거부하면 거부했다는 사실을 자기들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아니 이미 해지한 회사에 전화해서 환불을 받아 전해 줄 수 있는가를 묻는 것 자체가 불편하지 않은가? 또 사용할 수 없다는 답을 받게 되면 또 다른 조처를 한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것이 자기들 규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카드를 사용한 후에 카드회사에 돈을 다 지불했고, 이미 카드도 해지한 상태에서 왜 그래야 하냐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의 대답은 똑 같았다. 그럼 환불을 받지 않고 그대로 바우처를 사용해서 한국에 가려면 언제까지 사용해야 하냐고 물으니 올 10월 전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이게 말이 되냐고 물으니 규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10월이 지나면 1,000여 달러는 그냥 증발해버리는 것이다. 펜데믹 상황에서 항공사의 횡포 아닌가? 고객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이 정해 놓은 규정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누나와 관련된 여행사 건이 떠올랐다. 박 사장도 이미 구입한 항공권을 가능한 한 해약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단체로 항공권을 예약하면서 싼값에 하다보면 여러 가지 부담을 안은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하니 박 사장과 직원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여행도 못하고 환불도 받지 못하게 된 고객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들의 입장과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국적기 항공사의 고객 서비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카드회사에 전화해서 환불된 돈을 내게 전해줄 수 있는가 물어야 하나, 아니면 10월 전에 한국에 갔다 와야 하나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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