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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여, 일어나라!
04/23/18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에 빚을 갚지 못해서 사실상 디폴트에 빠졌다. 그리스 정부는 은행을 폐쇄했다. 국민들이 은행에서 하루에 찾을 수 있는 돈을 60유로 (약 80달러)로 제한했으며 연금수령자들의 지급액을 낮추는 등 본격적인 자본 통제를 시작했다.
 
 
그리스는 6월 30일까지 15억 유로를 갚아야 하는데 기일을 넘기고 말았다. 7월 20일에는 ECB(유럽중앙은행)에 3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채권단은‘다섯 달 동안 구제금 150억 유로를 다시 지원해 줄 테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말하는 긴축 프로그램을 따라 해라. 그러면 우리가 돈을 빌려주고 지켜보겠다.’며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와 그리스 정부는 굴욕적이라면서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의 찬성 여부를 국민에게 묻겠다며 국민투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5일, 구제 금융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하고 유럽연합과 결별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그리스 전역에서는 이 투표를 앞두고 연일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에 반대하라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찬성하는 국민들은 긴축안을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구제 금융을 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반대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들의 의도대로 반대가 통과되어 그리스가 유로연합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국가 자체에 유로화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탈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탈퇴를 벼르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빠져 나가게 될 것이며, 유로화의 통화 자체가 흔들릴 것임에 틀림없다.
 
 
찬성이든 반대든 그 결과는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몰락해가는 국가의 정부와 국민들이 자존을 아무리 세우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찬성이 우세하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 리도 없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의식과 정치인들의 개혁이 없이는 그리스를 구원할 방도는 없다는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일종의 정치적인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총리와 집권 여당은‘긴축안을 거부하면서 그리스 방식대로 살겠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니 위기가 왔다고 긴축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공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국민들이 긴축안을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다며 긴축 프로그램 따르고, 국민들이 거부한다면 우리끼리 살아보자고 나아간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리스는 2009년 봄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2010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사실상 디폴트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이 채권단으로 나서서 두 차례 구제 금융을 해준 바 있다. 총액은 2,450억 유로(약 2,716억 5,000만 달러)가 된다. 그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채권 만기가 도래했는데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경제규모는 4분의 1이 축소됐고, 평균 실업률은 25%, 청년실업률은 60%로 높아졌다.
 
 
국민 소득 5만 달러까지 갔던 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탈세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인들의 탈세는 부자들은 물론 전 국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탈세를 눈 감아 달라며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관행이 되었으며, 부정부패가 나라 전체에 만연하게 되었다. 일반 국민들은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보면서 자신들의 복지를 과도하게 요구했고 상위층에서는 자기들의 부정부패를 들출까 두려워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게 되었다. 결국 탈세와 부정부패가 그리스를 침몰하게 만든 것이다. 부정부패가 그리스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민국은 1997년 한보그룹, 진로그룹, 한신공영, 기아그룹 등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던 경제위기 상황에서 IMF의 지원을 받아 디폴트에 빠지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다. IMF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으며 기업들은 규모를 줄이고 구조조정이라는 고육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나친 복지정책으로 인해 국민 전체에 만연된 나태의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부정부패의 먹이사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리스를 구원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리스의 영화(榮華)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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