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의 예언
04/23/18  
예상대로 그리스는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안 수용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마감시간 2시간을 남기고 채권단이 요구한 최종 개혁안을 제출했다. 이와 함께 535억 유로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2주간 계속된 은행 영업 중단과 현금 인출 제한으로 경제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내린 고육지책이었으리라.
 
 
그리스에 이어 중국도 난리다. 최근 중국 증시는 금요일마다 주가가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을 3주 연속 겪었다. 5,000이 넘었던 지수가 3,000대까지 곤두박질했다. 3주 동안 사라진 시가 총액만 약 2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그리스가 상환해야하는 전체 외채의 6배이고, 그리스 GDP의 11년 치에 해당한다. 프랑스 증시 전체의 시가 총액과 맞먹는다. 중국 증시 하락이 그리스 부채 위기와 맞물려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계속 폭락하던 상하이 증시는 9일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중국 정부의 극약처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임이 분명하다.
 
 
그리스와 중국의 사태를 월가의 유명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미 수년 전에 예언한 바 있다.“글로벌 경제에 초강력 태풍의 그림자 5개가 엄습하고 있다. 하나라도 삐끗한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5가지 위험은 첫째 유로존 붕괴, 둘째 미국경제 불황 심화, 셋째 중국경제 경착륙, 넷째 이머징마켓 경기침체로 신흥국가 성장둔화 가속화, 다섯째 중동과 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남중국해 분쟁, 중동 분쟁)이다.”그는 이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심화된다면, 도미노 현상이 벌어져 세계경제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2005년에도 루비니 교수는“미국 주택시장의 투기적 붐에 의해 일생에 한 번 보기 어려운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그의 예견들은 사실로 나타났다. 그가 2008년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쓴‘금융재앙으로 가는 12단계’시나리오는 차례차례 적중했다.
 
 
그는 또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정책수단을 다 써 총알이 떨어진 상태로, 상황이 잘못되면 당시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화폐 전쟁과 무역 전쟁이 벌어져 보호무역이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폐 전쟁은 이미 시작 되었다. 미국이 QE3로 달러를 시중에 풀어 달러약세를 노리자 중국과 일본이 바로 대응한 바 있다.
 
 
유로존에 관한 의견은 다양하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유로존이 해체될 확률은 10% 정도지만 앞으로 고통스러운 10년을 경험할 확률은 80%나 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루비니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가야 한다고 보았다. 과연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와 스스로 생존할 것인가 아니면 채권단의 승인받은 최종 개혁안을 실현하여 유로존 안에서 살아 갈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다.
 
 
투자정보지‘Gloom, Boom and Doom’의 발행인 마크 파버는 유럽은 이미 경기 침체기에 진입했다며 독일이 여전히 성장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이는 매우 더딘 속도로 조만간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경제도 성장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6~12개월 이내에 더는 경제가 성장하지 못할 것이며, 중국 역시 경기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의존하는 신흥 국가들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에 대한 근거는 루비니 교수의‘G Zero World’란 글에서 찾을 수 있다. 루비니 교수는 G2, G7, G20 등을 꼬집었다. 예전엔 미국이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국제 문제를 해결했으나 지금은 다른 나라를 이끌 슈퍼파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은 제 코가 석 자고 중국은 G2 지위를 감당할 힘이 없다. 중국은 경제력만 커졌지 정치 외교적으로 G2에 걸맞은 행동을 못하고 있다. 중국은 불씨가 꺼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리더십이 실종된 것이 미래의 세계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라는 주장이다.
 
 
현재 위기에 처한 중국이나 그리스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떤 나라도 경제적 비관론을 피력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무조건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각국이 자국의 실정에 맞게 나름대로 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세계가 되어버렸다. 경제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계산하여 움직인다면 결국 그로 인해 자국의 경제도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리스나 중국의 사태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가는 온 세계가 자멸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세계 경제 불황 탈피를 위해 힘을 모으고 뜻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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