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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방심은 금물
03/01/21  

Yorba Linda 시의 어느 공원을 찾았다. 몇 발자국 걷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이, 노인, 어린아이,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보하고 있었다. 마주보고 오는 사람들이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기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벗어서 손에 들고 걷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후에 걸었던 Fountain Valley 시의 공원에서는 마스크 착용한 사람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3:1 정도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내가 찾는 Buena Park 시의 공원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든 편인데 공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나 싶었다.

 

1월 초 미국 내 확진자 수가 하루 30만 명에 달했는데 최근 5만여 명, 하루 5,000명이 넘었던 사망자 수는 2,000여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가 강화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내게 요바린다 공원과 파운틴 밸리 공원의 풍경은 매우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연방 건물과 마켓, 식당, 상점 등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생활화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감한 것이 아닌가?

 

물론 단순히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만으로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염자는 2,800만 명이지만 무증상 감염자와 감염된 후 치유된 사람까지 더하면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서 1/2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항체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즉,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에 감염돼 집단 면역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도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백신 보급의 증가로 하루 100만 명에도 못 미치던 백신 접종이 최근 150만 명으로 늘어났고, 요즘에는 200만 명에 달해 평균 170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음도 무시 못 할 감소의 한 요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갑자기 밀어닥친 폭설과 한파로 백신 공급에 다소 차질이 빚어졌고, 영국과 남아공 등에서 발생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 전에 비해 우리 한인 사회도 느슨해지지 않았나 싶다. 일부 마켓들의 경우, 입구에 준비되어 있던 손세정제, 발열 체크 장치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카트 손잡이를 소독용 세제로 닦아 주던 직원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켓 안의 화장실에 물비누는 고사하고 페이퍼 타월조차 찾을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주말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손꼽았던 첫 번째 장소가 그로서리 마켓이다. LA 보건국 통계에 의하면 그로서리 마켓이 일반 업소의 3배 이상으로 감염도가 높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의 일부 마켓들은 입장 인원을 제한하지 않아 사람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드나들고 있었고, 마켓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이동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한때 타 커뮤니티의 모범이라고 주류 언론에서 언급했던 것이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작년(2020년) 8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내년(2021년)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빌 게이츠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식 시기를 한 해 뒤인 2022년으로 미루었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빌 게이츠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올가을 이후 다시 사망자가 크게 늘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이 국민 전체 인구의 60% 정도 이뤄진다면, 코로나19의 확산을 거의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빌 게이츠는 글로벌 협업이 없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이룰 수 없음도 강조했다.

 

국가와 국가, 즉 글로벌 협업과 동시에 각 커뮤니티 차원에서는 물론, 한 사람 한 사람 방역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조금 수그러들었을 뿐,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조심해야 한다. 한시라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다시 철저하게 방역에 신경 써야 한다. 깨끗하게 손을 자주 씻고, 주변의 각종 시설물이나 사물 등을 청결하게 사용하고 소독용 세제로 자주 닦아야 한다. 아울러 외출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집밖에서 물건을 만질 때는 가급적 일회용 장갑을 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주요 수치들이 감소하면서 오렌지카운티는 다음 주에 위험 등급이 퍼플에서 레드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당의 실내 영업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가지로 좋은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칫하면 느슨해진 틈을 타서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직 언제가 될 지 그 끝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어렵고 힘든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그때보다는 다소 여유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마스크를 쓴 것이 정상이 되어 버릴 정도로 예전과 달라진 일상이지만 조그만 더 참고 견디면 된다. '희망'이 보이고 있지 않은가? 희망의 끈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단 한순간도 방역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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