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04/23/18  
필자가 레인저로 봉사하는 산골고니오 야생림에 불이 났다. 산골고니오에서 이렇게 큰 불이 난 건 100년 만이라고 한다.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도 불길을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초목과 산짐승들을 비롯한 산 속의 온갖 것들이 다 타고 있으며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번 산불을 Lake Fire라고 부른다. 발화지점이 레이크 근처라서 붙여진 이름이리라. 일 년에 20만 명의 하이커들이 찾는 산골고니오 야생림은 산버나디노 산맥의 정점을 찍는 지역으로 12개의 봉우리 가운데 11개가 10,000피트 이상이며, 마운틴 산골고니오 (해발 11,499피트)가 가장 높다. LA에서 동쪽으로 75마일 떨어져 있으며 초보자가 쉽게 오를 수 있는 길부터 난이도가 높은 곳까지 트레일이 여러 곳에 나뉘어 있다. 트레일 길이를 다 합하면 100마일이 넘는다.
 
 
6월 13일 Water Line Trail을 걷고 있었다. 하늘에는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하루 종일 떠있었다. 무전기에서는 긴급한 상황을 계속 알리고 있었으나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레인저 본부에서도 산불 얘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곧 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후 뉴스를 보고서야 엄청나게 큰 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Mill Creek 레인저 스테이션을 제외하고 모든 스테이션을 클로즈한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산불은 점점 더 크게 온 산으로 번지고 있었다. 곧 꺼질 것이라는 레인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산 전체가 타고 있었다.
 
 
대부분 자연발화의 경우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뇌우가 발생하면서 산불을 일으킨다. 예고 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 예로 1894년 9월 1일 미네소타 주 힝클리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고온 건조한 날씨로 급속히 번져 400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1871년 10월 8일, 미시간 주와 위스콘신 주에서 1,800명의 목숨을 앗아 간 페시티고 산불도 건조한 날씨에서 발생했다. 온난하고 건조한 여름의 알래스카나 습도가 낮은 캘리포니아에서도 산불이 한 번 발생하면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지역은 산불에 취약하다.
 
 
대형 산불에서는 숲의 상부만 타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불길이 나무 밑의 덤불이나 그 아래 땅에 닿기도 전에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서 가지로 빠르게 번져나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불바람의 특성을 지니는 격렬한 폭발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산림국 조사요원들은 이번 산불이 자연발생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러 방화했던 실수로 불이 나게 했던 분명히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해오는 소식만 듣고 있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지난 주말에 산으로 갔다. Mill Creek Station에 들려 상황을 보니 아직도 4곳에서 불은 계속 번지고 있었다. 일부 지역은 완전히 진화되었으나 일반인들의 입산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마음먹고 나선 길을 그냥 돌아오기 섭섭했다. 근무자들과 의논해서 순찰을 겸해서 비교적 안전한 곳을 찾아 올랐다. Momyer Creek Trail, 이곳도 트레일 입구부터 노란 띠를 둘러놓고 입산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 트레일은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내려와 웬만한 강보다 더 폭이 넓은 커다란 하천을 건너야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면 경사가 급한 주변의 산들로부터 급속히 많은 물이 내려와 일시에 흘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강보다 더 폭이 넓었다. 물은 거의 말라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바위와 돌들뿐이다. 하천을 건너 들어선 길도 노란 띠를 둘러놓고 입산금지를 알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조용히 걸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숲속으로 이어지다가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길이 되곤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산불이 빨리 꺼지기를 기도했다.
 
 
90%가 진화된 7월 17일 오전 현재, 31,359에이커가 불에 타버렸다. 산골고니오 야생림 전체 면적이 58,969에이커인데 그 중 1/3 이상이 타버린 것이다. 아직도 불길을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큰일이다. 산림국은 Forsee Creek, Bernardino Peak, Vivian Creek Trail 등 세 곳을 일반인들에게 오픈한다고 공표했다. 세 곳을 제외한 전 지역은 전면 폐쇄한다고 했다. 산림이 원상으로 돌아오려면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리라. 우리 생전에 울창한 산림을 보기는 힘들 것이고 까맣게 타버린 산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끔직하다.
 
 
이번 산불로 인해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야생림 소실 외에 주택 한 채를 포함해 건물 세 채가 소실되었고, 산골 마을 Barton Flats의 식수를 공급하는 송수관이 타버려 주민들이 식수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피해의 전부라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루 빨리 산불도 완전 진화가 되고 송수관도 원상 복구가 되어 주민들이 불편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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