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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패로우의 죽음
04/23/18  

베개 X칠할 때까지 산다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베개에 변을 묻힐 정도로 오래 산다는 말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제로 주변을 보면 혼자 용변을 처리할 수 없어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평생 이런 환자들을 돌보던 영국의 건강한 75세 여성이 늙는 것이 끔찍하다며 안락사를 택해 세상을 떠났다. 질 패로우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로 노인 돌보는 법에 대한 책을 2권이나 집필한 사람이다. 수많은 노인들을 돌보면서 이 같은 말년을 계획했다니 끔직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지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패로우는 평생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면서 항상 난 늙지 않겠다. 늙는 것은 재미없다고 생각해왔다며 늙는다는 것은 암울하고 슬프다. 대체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내가 이제 막 언덕 위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더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보행기로 길을 막는 늙은이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녀는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 죽음을 결심한 이유를 털어놓기도 했다. ‘70살이 될 때까지 난 매우 건강하다고 느꼈다. 원하는 어떤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었으며 여전히 바쁘고 쓸모 있었다. 그러나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 난 후에 모든 게 바뀌었다. 비록 지금 건강하지만 내 삶이 다했고 죽을 준비가 됐다고 느낀다

 

 

 

스위스로 가기 전에 두 자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으며, 남편과 함께 라인강변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병원까지 동행했다. 장례식 준비도 스스로 모두 마쳤다.

 

 

 

스위스의 Dignitas라는 회사가 고객들의 안락사를 도와준다. 고객은 회사 상담원과 두 번 상담을 하며 고객은 자신의 주치의에게 자신에게 안락사가 적합한 이유를 설명한다. 아울러 건강 검진 문서들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서류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혼수상태에 빠짐으로 인해 본인이 안락사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고객이 안락사를 원한다는 각서를 쓰거나 선서하는 영상을 녹화해 둔다.

 

 

 

서류 절차를 끝내고 마침내 안락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 고객은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회사 병원으로 가서 치사량의 수면제를 받는다. 수면제를 주기 직전에 직원은 최종적으로 정말 사망하기를 원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 수면제를 건네준다. 고객은 수면제를 마시고 잠에 빠진 후 저세상 사람이 된다.

 

 

 

안락사는 불치의 질병에 걸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그 환자를 죽게 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눌 수 있다.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어떤 시술을 하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라 하고, 일정한 치료를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치료를 포기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 한다.

 

 

 

특별히 앓고 있는 병도 없는 사람이 늙는 것이 싫고, 보행기로 길을 막는 늙은이로 살기 싫어서 안락사를 택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패로우는 평생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노인들을 보살피며 살아 왔으며, ‘노인 돌보는 법이라는 책까지 저술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이런 식의 죽음을 택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과연 이 죽음을 진정한 안락사라고 할 수 있는가?

 

 

 

패로우는 엄청난 고통으로 고생하는 악성 관절염 환자나 말기 암 환자가 아니었다. 노인을 돌보면서 만났던 수많은 노인환자들의 삶을 보면서 느꼈을 그녀의 심리적 압박감과 절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건강한 상태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육신과 정신을 소유하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이 늙기 싫다는 이유로 목숨 끊는 행위는 분명히 자살이요 살인이다.

 

 

 

패로우의 행위는 자신의 일평생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며,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을 모독한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적인 가치마저 파괴하는 행위이며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그녀의 행위가 용서받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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