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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5/03/21  

 

5월이다.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5월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May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봄의 여신 마이아(Maia)에서 유래했다. 봄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맞이하게 되는 5월은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답게 수많은 꽃들이 춤추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감미로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 그리고 맑은 하늘까지, 5월은 찬란한 자태를 뽐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가정과 관련이 있는 기념일들이 모여 있는 달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리라. 그런데 얼마 전 한국 달력을 보다가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기념일이 5월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하나하나를 꼽아보면 이렇다.

1일은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 정해진 ‘근로자의 날’이다. 2일은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오이데이’다. 5월 2일의 숫자 발음에서 착안해 재치 있게 오이데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오리협회와 농협중앙회는 발음이 비슷한 것을 감안해 같은 날을 오리의 날, ‘오리데이’로 지정했다.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10일은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유권자의 날’이다. 이날은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한 ‘바다식목일’이기도 하다. 11일은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입양의 날’이자 철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정된 ‘세계 철새의 날’이기도 하다.

12일은 간호사의 사회 공헌을 기리기 위한 ’국제 간호사의 날‘이이며 14일은 ‘식품 안전의 날’이자 연인들끼리 서로 장미꽃을 주고받는 ‘로즈데이’이다.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UN이 제정한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17일은 ‘신사임당의 날’이고, 18일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19일은 ‘발명의 날’, 올해는 19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다.

 

20일은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제정한 ‘성년의 날’이자 다양한 민족·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1875년 5월 20일에 세계 17개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한 국제 ‘미터협약’을 기념해 정해진 ‘세계 측정의 날’이기도 하다.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만나 하나(1)가 되자는 의미라고 한다. 22일은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이다. 1992년 5월 22일 브라질에서 열린 지구환경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보존협약 발표를 기념해 제정했다.

25일은 재해 예방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방재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한 ‘방재의 날’이며, 실종 아동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날로 정해진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기도 하다. 27일은 ‘남녀동일 임금의 날’로 성(性) 평등을 구현하고, 여성들이 역동적으로 사회 진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념일이다.

 

5월 31일은 바다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바다의 날’이자 1987년에 WHO(세계보건기구)가 담배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제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기도 하다.

 

5월에 있는 이렇게 많은 기념일을 나열해 놓고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기념일도 있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기념일도 적지 않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누가 어떤 이유를 들어 지정한 기념일이더라도 모두 기념을 할 만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지정된 기념일은 하나같이 우리의 사고를 환기시키고 그를 통해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기념일 하루만 그와 관련한 행사나 행위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활에서 늘 실천할 것을 기대하며 제정된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특정 단체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만든 기념일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념일 지정으로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 생활에 즐거움을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굳이 타박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다.

 

실천궁행(實踐躬行)이란 말이 있다. 말로 약속을 맺거나 계획을 세우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하고 참여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눌언민행(訥言敏行)이란 말도 있다. 말은 어눌하게 해도 행동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역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5월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많은 기념일들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그 뜻이 높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뜻을 기린 기념일이라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고, 그런 기념일을 몰라도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외면할 필요는 없다. 기념일이 전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간다면 보다 더 윤택한 삶이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 코로나19 공포 속에 너무 웅크리고 살았다. 가슴을 펴고 오월을 향해 힘차게 뛰어나가자.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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