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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운동
06/01/21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살기 위해 운동할 뿐 운동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난 언제나 안 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움직이는 것보다 앉는 걸, 앉는 것보다는 눕는 걸 더 좋아한다. 학창 시절에도 아이들 다 좋아하는 체육을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팀 스포츠를 하게 되면 나의 운동신경 때문에 팀에게 민폐를 끼치니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줄어들고 그러면 애꿎은 허리와 무릎, 어깨와 손목 등이 자꾸 아파온다. 아무렇게나 막살아도 멀쩡하던 젊은 날은 이제 다신 없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바른 자세와 속근육 잡는데 필라테스만 한 것이 없다고 하여 친구와 함께 2:1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운동도 나름 다 트렌드가 있다. 우리 엄마 시대에는 에어로빅이 대세였다. 우리 엄마도 옆집 엄마도 모두 "헬스"라고 부르며 에어로빅을 하러 다녔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운동하고 사우나 하는 맛으로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를 푸는 눈치였다. 신곡에 맞춰 새로운 안무가 들어가면 가끔 집에서도 연습을 했고 어쩌다가 운동을 하루 빠지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했다. 아무튼 그 시절 에어로빅의 인기는 말도 못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수영, 그리고 요가, 이제는 필라테스가 인기를 이어가는 추세이다. 티브이에 나오는 유명인들은 물론이고 내 주위에 40대 여성 중 필라테스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나도 몇 번 필라테스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모든 운동과 담을 쌓았으니 제대로 된 운동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한없이 약해진 체력과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은 다리를 쭉 펴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기본적인 자세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별 어려운 자세도 아닌데 다리고 팔이고 후들후들 떨고 있는 내 약해빠진 몸뚱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선생님은 내게 척추 마디마디와 숨은 근육들을 분리해서 움직여보고 하나씩 천천히 느껴보라고 하는데 도무지 느껴지지도 않을뿐더러 마음처럼 분리도 되지 않았다. 호흡이라도 들숨 날숨 제대로 해야 하는데 지금 내 실력으로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매번 덜덜 거리는 몸으로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리는 수준이다. 

 

아직 이런 처지이다 보니 필라테스로 인생이 바뀌었다던가 바른 자세와 예쁜 몸매를 갖게 되었다는 간증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매번 운동을 하고 나면 운동하길 참 잘했다고는 생각한다.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최대 장점으로는 운동하는 한 시간만큼은 하루 중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온전히 운동에만 집중해서 땀을 쫙 흘리고 나면 이상하게 너무 개운하고 이게 뭐라고 성취감까지 느껴진다. 체력은 거저 키워지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땀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물론 더 빠른 효과를 원한다면 식단이 중요하다. 특히 보기 좋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방울토마토, 고구마, 닭가슴살 따위의 식단으로 살아가기엔 이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고 나는 결코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내고 금요일 저녁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버릴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맛있는 수다 한마당 펼치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건강을 챙기고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하는 것도 사실 더 맛있게 먹고 더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이니 말이다. 그렇다. 결국 살기 위해 운동은 하지만 먹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식단은 안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운동하러 가는 것으로 일단 만족하자. 늘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비루한 몸뚱이에 좌절할 필요도 없고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통에 겁먹을 필요도 없다. 그냥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내가 운동을 시작한다고 갑자기 아이돌 몸매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국가대표 수준으로 운동 솜씨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오늘도 아주 조금은 유연해졌고 건강해졌을 거라 믿으며 조금씩 나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작"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인데 흠…... 이건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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