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은
07/19/21  

7월 8일(목), 중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이 있었다. 13명이 모이기로 했으나 7명만 참석했고, 6명은 불참했다. 그 중 5명은 불참하겠다고 알려 주었고 1명은 아예 참석여부를 밝히지도 않았다. 불참을 통보한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은 7월 16일, 다른 한 사람은 17일 따로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거리두기를 염두에 두고 당일 참석하지 않고, 따로 만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모임이 있던 날도 식당에서 7명이 한 자리에 앉지 못하고 4명이 한 테이블에 앉고 다른 세 명은 다른 테이블에 떨어져 앉아야 했다. 왜냐하면 한 테이블에 4명 이상 앉으면 방역수칙을 어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사위 회사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어 13일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통보를 받자마자 사위는 보건소로 가서 감염여부 확인 검사를 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온 식구가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었지만 다시 받았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검사라고 했다. 검사를 받고 와서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해야 한다며 자기 방에서 문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식사도 방안에서 먹고 가족들과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방 밖으로 나왔다. 

  

   7월 16일(금) 저녁에 대학시절 서클활동을 함께했던 선후배들이 모이기로 했는데 모임을 주최했던 선배로부터 무기한 연기하겠노라는 연락을 받았다.  저녁에 3인 이상 모이는 것은 방역수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7월 19일(월) 한 스카우트 선배 댁에서 선배들 세 분과 나까지 네 명이 저녁에 모여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가 해산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네 명이 저녁에 함께 식당에서 모이는 것은 위반이기 때문에 집에서 모이는 것이다. 나이가 86세, 80세, 79세인 선배들은 이미 코로나 백신을 2차 접종까지 했으며 나 역시 2월에 2차 접종을 마쳤지만 6시 이후에 식당에서 3인 이상이 모이는 것은 위반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7월 30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싱어게인 공연'을 딸네 가족과 가기로 예약했으나 주최 측은 ‘수도권 지역 거리두기 4단계’ 조처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납부한 공연입장료 전액을 환불하면서 공연 취소를 알려왔다. 

  

   이처럼 ‘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기를 맞으면서 수도권 지역에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됐다. 4단계 시행 첫날인 12일,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되는 등 사실상 저녁 통행금지에 가까운 조치로 인해 일상생활에 또 다시 변화가 생겼다. 수도권 주요 번화가에는 인적이 끊겼으며,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번화가는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필자는 15일 저녁 을지로 입구의 한 식당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생긴지 50여 년 이상 된, 냉면과 불고기로 유명한 식당이었으나 손님이 별로 없었다. 거의 테이블이 비어 있었고,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혼자였거나 둘이었다. 방역 수칙에 따라 한 테이블에 2인밖에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종업원에 의하면 강남에 있는 지점은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작년에 문을 닫았다고 했다.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전반적인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것에 대해 정부는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4단계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손실보상법과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최대한 보상함으로써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앞 대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자영업자만의 코로나 방역을 멈추라는 것이다. 제발 살려달라는 것이다"라며 "당장 우리는 문을 닫고, 빚은 늘어가는데 정부는 아직까지도 피해 보상을 위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온 국민이 코로나19 재확산과 그에 따른 방역수칙 강화로 더 많은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위기에 내몰렸지만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업소들이나 업소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정부가 제시한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고 또, 정부도 확진자 동선 파악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국민들에게 통보하고 감염여부를 검사하게 하는 등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강화된 방역수칙은 머지않아 다시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숱한 재난과 환난에 처할 때마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결국 그 어려움을 극복해 온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오늘의 어려움과 고통은 ‘더 나은 미래’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온 국민은 다소 불편하고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회 금지 등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통을 견디어 내고 있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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