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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코로나
07/19/21  

후덜덜…... 아이들이 다니는 수영장에서 문자가 왔다. 확진자가 나왔다고. 우리 아이들은 화요일 오후에 수영장에 갔는데 월요일 오후에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한다. 수요일 하루 수영장 문을 닫고 방역을 실시한다고 했다. 휴우…... 아슬아슬했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금요일 밤에 갑자기 송파 보건소 감염병 예방팀에서 문자가 왔다. 우리 아이들도 코로나 검사 의무 대상자라고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뭐야…... 벌써 며칠이나 지나버렸는데…... 그래도 의무라고 하니 다음날 온 식구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주말에 검사 결과 나오기 무섭게 화요일 아침 재택근무 준비 중이던 남편에게 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남편 회사 구내식당 조리사인데 심지어 배식 담당이었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남편은 월요일에 배식을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워낙 수천 명이 출근하는 건물이다 보니 살짝 겁이 났다. 회사는 이틀간 전원 재택근무를 진행한다고 통보했고 남편과 나는 아침 일찍 지역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끝없이 긴 줄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에 꼬리를 찾아 걷고 또 걷다 보니 보건소 옆 지하철 출구 계단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뉴스에서 요즘 확진자의 대부분이 2030 젊은 연령층이라고 하더니 정말 지역 청년들이 여기 다 모여있는 듯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음성.

 

검사 전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나 혼자 머릿속으로 역학조사도 실시했는데 생각보다 이동이 많았고 다양한 사람과 접촉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만약 우리 집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대가족이 매일 함께 식사하는 우리는 분명 모두 감염될 것이다. 미국에서 잠시 한국 방문 중인 아버지는 매일 약속이 있어 외출하시고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게다가 남편은 수천 명이 있는 빌딩으로 출근한다. 아이들은 매일같이 학교, 태권도,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하,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분명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꽤 희망적이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등이 완화되고 백신 인센티브도 곧 실시될 모양새였다. 나는 그에 맞춰 서둘러 잔여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무더위에 마스크 쓰는 게 힘들었는데 야외 운동 중 잠시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겠구나, 친하게 지내는 6인의 동네 친구들과 집 앞에서 맥주 한잔 할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설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학교는 여름 방학 지나고 2학기부터는 전면 등교를 추진 중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상황이 바뀌며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확진자가 확 늘어났다. 결국 아이들은 다시 등교를 못 하게 되었고 모든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둘째와 셋째는 작년부터 원격 수업에 익숙해서 내 도움 없이 알아서 하는 편이지만 초1인 막내는 3월 개학부터 매일 등교해왔기 때문에 원격이 새롭다. EBS 방송 시청과 원격을 병행하는데 시간 맞춰 방송을 시청하고 앱에 로그인하고 선생님 지시에 맞춰 원격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소리는 "선생님 이거 맞아요? 선생님 안 보여요. 선생님 안 들려요. 선생님 모르겠어요. 선생님 저 다 못했어요." 아…… 정말 듣는 것만으로 스트뤠스!!! 내가 이래서 어릴 적 품었던 "교사"라는 장래 희망도 접었건만…... 선생님의 고통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재택근무하는 남편, 원격 수업하는 초등학생 셋이 방마다 자리하고 있는데 나만 오갈 데 없이 불편한 신세, 아! 차라리 나가고 싶다! 

 

매년 이맘때면 모두가 한창 들떠있었다. 아이들은 방학이 코앞이라 신나 있고 나는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계획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지. 아니 애들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나만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부지런히 놀러 다녔을지도. 하지만 이번 주부터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은 4단계 방역을 시작했다. 18시 이후에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각종 행사와 종교시설, 유흥시설 영업이 모두 금지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가 너무 지겹다고 토로한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고 버텼던 사람들도 이제는 너무 막막하다고 주저앉는다. 모범 시민답게 정부 지침을 잘 따르며 마스크 잘 쓰고 백신 맞고 그러면 우리가 코로나 따위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했었는데 너무 길어지니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에 대한 푸념이 길어지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이 없는 자신의 공간에서 랩탑이나 태블릿을 하나씩 펼쳐놓고 스크린으로 수업을 하는 것도 안쓰럽고 (애들이 안쓰러운 건지 애들과 씨름하며 삼시세끼 차려야 하는 내가 안쓰러운 건지) 마스크 없이는 외출도 못하고 좋아하는 만남도 여행도 할 수 없는 이런 생활이 지겹고 답답하다. 당연히 코로나 이전의 삶이 그립다. 하지만 이제 나는 포스트 코로나 세상을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코로나 종식이 아닌 코로나와 공존하는 세상, 마치 독감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 치사율은 확 줄어들고 감염병에 대한 주의는 요망되나 그것이 극한 공포로 다가오지는 않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이놈의 코로나,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스크 벗고 마주한 얼굴들이 너무 낯설고 어색하지 않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마스크 쓴 얼굴로 열심히 하루를 보낼 뿐이다. 아, 그래도 마스크 덕분에 화장 안 해도 되는 것은 정말 코로나가 주는 최고의 혜택이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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