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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광풍
07/26/21  

서울에 머무르면서 중고교 동창, 대학 동창을 비롯해 사회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들까지 제법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어느 날 고교 동창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올림픽 공원을 걸었다. 걷다가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마실 때 한 친구가 말했다. 어느 자동차 회사에 투자했는데 2만 몇 천 원 하던 주가가 4만 원 대로 올랐다가 곤두박질치면서 1만 6천 원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내가 지금이라도 다 팔아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기는 떨어지고 있는 그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 '아니 떨어지는 주식을 사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또 다른 친구가 ‘떨어질 때 사기도 하는데 이를 물타기라고 한다’ 면서 주식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했다. 그 친구에게 ‘자네도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는가?’ 물었다. 그는 많이 하지는 않고 몇 가지 종목을 사서 갖고 있다고 했다. 모인 사람들 가운데 나와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주식을 하고 있었다.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단 한 번도 주식에 투자해본 적이 없기에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주식투자는 잘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걸린다. 내가 투자한 돈으로 많은 이득을 얻지는 못할망정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2만 원을 투자했다면 적어도 2만 원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계산법으로 인생을 살아왔기에 큰돈을 벌지 못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날, 3인 이상 모이면 방역수칙 위반이 된다는 6시 정각에 친구들과 헤어져 전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사람들이 제법 많아 앉지 못하고 서서가고 있었다. 내 앞뒤 좌우의 사람들은 손잡이를 잡지 않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면서도 용케 넘어지거나 옆 사람을 건드리지 않고 서서 가고 있었다. 난 조금만 흔들려도 옆 사람에 닿을 것 같았다. 손잡이를 꼭 붙잡고 한 손은 내 가슴위에 올려놓고 만에 하나 옆 사람과 닿을까봐 주의하면서 서있었다. 어떻게 서서 전화기를 들여다보면서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고 갈 수 있는지 재주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앞에 40대 여성이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니 그 여자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국이 되어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전화기 화면을 그대로 보게 되었다. 보려고 본 게 아니다. 저절로 보인 것이다. 어깨 너머로 남의 전화기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가끔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흘끔흘끔 보게 되었다. 그녀는 주식사이트에 들어가 그 시각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어떻게 무엇을 하나 궁금했다. 그녀는 현대디엔디 1주당 37,500원인 주식 10주를 구매했다. 결재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초 남짓.

 

얼마 전에 역시 친구들과 모인 자리였는데 한 친구가 로빈후드 주식앱을 들여다보면서 '어, 이더리움이 올라갈 것 같은데...' 하더니 그 자리에서 한 주에 1,600달러짜리 3주를 매입하는 것이었다. 친구는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친구였는데 한 달 연금 수령 금액 350여만 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주식 매입을 위해 거침없이 투자하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핸드폰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주식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비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든 주식시장에 들어가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기세를 대변이라도 하는 듯 언론 매체는 물론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도 난리다. 주식을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과연 이 같은 주식광풍이 불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과연 이 바람은 쉽게 멈출 것인가? 계속 될 것인가?

 

우선은 보통 사람들이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은행 적금의 경우, 이자율이 낮다보니 아무리 안 먹고 안 쓰고 저축해도 큰돈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아울러 주택시장도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양도세가 턱없이 올라 주택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주식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를 경우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기성 언론 및 유튜버들이 앞장서서 주식투자에 대해 각종 정보와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주식 동향을 살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고팔 수 있게 된 것도 크게 한 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내 주변에 보면 50대 중반에 은퇴한 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하루 몇 시간 주식 사이트에 들어가 사고팔면서 수익을 챙겨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들은 주식광풍이 불기 전부터 계속 투자하고 사고파는 일을 해왔기에 주식업(?)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던 분이라고 볼 수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주식투자가.

 

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돈을 벌면서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려가며 공부했을 것인가 생각하면 그 길도 쉬운 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적, 윤리 도덕적으로 어긋남이 없이 돈 버는 일은 고귀하고 신성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주식광풍에 휘말려 재산상의 손실을 입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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