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04/23/18  
옛사람들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또 만나게 된다며 만남을 기뻐하지도, 헤어짐을 슬퍼하지도 말라 했다. 그러나 여기 한 번의 만남으로 만족해야 하는 더 이상의 만남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린 제 20차 이산가족 상봉이 끝났다. 1, 2차에 걸쳐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행사에서 많은 가족들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학교 가는 길에 의용군에게 잡혀가 북한에서 살던 할머니가 남한의 동생을 만났고, 브라질에 살고 있는 동생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7개월 간 신혼생활을 한 후, 행방불명된 남편을 65년 만에 만난 부인의 이야기도 있었다. 잠깐 외출했다가 온다는 남편을 기다리며 65년을 아직도 그때 그집에 살고 있는 부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처절함을 자아낸다.
 
 
북측 안내원들이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다고 알리자 가족들은 슬픔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다시 헤어져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가족들은 오열했다.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 만날 때까지 무조건 살아 있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리는 자식들도 있었다. 상봉 기간 내내 냉정하게 굴었던 북측 보안요원들도 생이별하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만큼 이들의 이별은 가슴 아프다.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이별 아닌가.
 
 
이들의 감격적인 만남과 떠나는 버스에 탄 북측 가족들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남측 가족들의 광경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이산가족의 만남과 헤어지는 장면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어찌 필자뿐이었겠는가?
 
 
이산가족의 만남은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상봉 이후에 새로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19차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했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만난 후에 답답하고 허탈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상봉 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상실감과 북측의 가족을 도울 수 없다는 좌절감에 많은 이산가족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산가족의 상봉 행사는 올해로 20회에 달한다. 아니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이 북한을 다녀온 것까지 계산하면 21회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되었던 화상상봉이 7회나 된다. 21회 만나고 7번 화상상봉을 했으나 아직도 정례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때그때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외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에게는 그림속의 떡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의 비율은 한국(10%)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북 출신 실향민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 이민을 택했기 때문이다. 한인 이산가족 단체가 파악하는 미국내 한인 이산가족 수는 약 10만 명이며, 그 자녀들까지 포함하면 200만 미주 한인의 25%인 50여 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이산가족에 포함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이들 가운데는 한국정부를 통하지 않고 북한을 방문해 일가친척을 만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브로커들에게 많은 돈을 줘야 하고 일부 이산가족들은 돈만 뜯기고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재미 한인 이산가족을 돕기 위한 미의회 차원의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4월 23일 하원 외교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한인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자 의회 친한파 모임 대표인 찰스 랭글 민주당 하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2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결의안은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상봉의 시급함을 지적하면서 상봉을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재외 동포 이산가족도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또 일회성 만남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남과 북의 부부 혹은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들이 서로 보고 싶으면 언제나 연락해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해야 한다. 한 번의 만남을 후회하고 만나기 전보다 더 괴로워하면서 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의 궁극적인 목적은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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