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같은 육아 대통령
08/23/21  

얼마 전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상담료가 90분에 81만 원으로 너무 고액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10분당 9만 원이라…... 평범한 서민 입장에서 무척 고가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훌륭한 전문가에게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3대 해결사로 불리고 있는 스타가 아닌가? (백종원은 요식업 대통령, 강형욱은 개통령, 오은영은 육아 대통령) 

 

상담료뿐만 아니라 그녀가 최고급 브랜드 에르메스 VVIP라는 사실도 논란이 되었는데 기사를 보며 솔직히 이게 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었다. 능력이 되는 사람이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든 시장에서 보세 옷을 사 입든 내 관심 밖에 일이다. 공산당이 아니고서야 본인의 능력에 맞게 소비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이웃 아주머니 같은 소탈하고 수수한 그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어쩌고 저쩌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결국 그녀가 이룬 부와 능력이 부러워서 푸념을 토해내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고가의 상담비 문제도 그렇다. 그 상담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고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상담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안 가면 그만이다. 터무니없이 너무 비싸네, 그 정도 실력은 아니네, 그런데 알고 보니 에르메스 VIP였네…... 하는 맥락 없는 비난은 부적절하며 뭔가 옹졸하고 찌질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채를 끌어다가 명품 옷을 해 입는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능력껏 의식주를 누리겠다는데 그걸 무작정 힐난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나는 SBS에서 10년 넘게 방영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때부터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지켜봤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맞는 말만 조목조목 조리 있게 설명하는 그녀의 능력은 분명 놀라웠고 감탄할 만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내 육아가 그녀의 조언처럼 뜻대로 안 될 때면 뭔가 그녀에게도 허점이 있기를 바라는 속된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본인 자식의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교과서처럼 해낼 수 없을 거야. 전문가들의 육아서적이나 조언들이 가끔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지 않은가. 당신처럼 능력 있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은 모른다. 서민 엄마의 치열하고 고달픈 육아를…...'이라고 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핑계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TV 속에서 던진 그녀의 조언들이 나에게도 영향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나도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 대통령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참고했었고 그때 가장 공감하며 깨달은 것은 부모의 언행은 항상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만큼은 지금까지도 꽤 잘 지켜왔고 남이 봤을 때 다소 매몰찬 엄마로 보일 망정 아이들이 부모의 애매한 육아 방식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일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요즘 채널A에서 방영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 역시 형식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결국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다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어쩌면 저래?"싶을 정도의 문제 아이가 등장하고 전문가가 아이의 문제와 원인을 찾아내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흐름이다. 그리고 늘 문제의 원인은 하나같이 부모. 부모한테 쌍욕 하는 아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아무 곳에서나 드러눕고 소리 지르는 아이, 도벽 있는 아이,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아이 등등 정말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은 스트레스를 안겨주던 아이들도 부모가 변하자 확연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며 방송은 마무리된다. 

 

가끔 나도 육아에 지치고 답답할 때 오은영 박사를 내 앞으로 소환해 "이럴 땐 어떻게 하죠?"라고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너무 훌륭하고 대단하고 바쁜 분이셔서 감히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못했지만 이제 상담료가 10분당 9만 원이라는 사실까지 안 이상 더더욱 상담을 의뢰할 일은 희박해진 것 같다. 그래도 "금쪽같은 내 새끼"는 계속 열심히 시청할 예정이다. 그리고 에르메스 VIP라는 육아 대통령의 패션도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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