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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04/23/18  
2015년, 올해는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이고, 광복 및 분단 70년, 한일 수교 50년이 되는 해이다. 종전과 냉전이라는 국제적 역학관계에서 탄생한 대한민국은 동족과 총칼을 겨눈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또 미국, 중국 , 러시아 등의 초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발전과 번영을 도모해야 했다.
 
 
해방 후 70년 동안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 냈다. 국민들의 식생활을 캔 음식과 전지분유, 옥수수가루 등의 구호 물품에 의존해야 했고, 국가의 경제 기반이 미약하여 선진국 원조에 의지해야했던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부국으로 성장해 많은 후진국들에게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다.
 
 
해외에 사는 탓에 아쉽게도 조국의 발전상을 몸소 체험할 수는 없었다. 거의 대부분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간간이 한국을 방문했지만 볼일만 보고 급히 돌아오는 바람에 서울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았을 뿐 다른 지역들은 찾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올 1월 1일 충청남도 청양군 남양면 매곡리에 있는 조부모님 묘소에 인사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사촌형 댁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형은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당질들도 대도시로 나가 살아 형수 혼자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집안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오는 입식 부엌이 안방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조부모 제사나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 손잡고 드나들던 그때의 화장실이나 부엌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고국을 떠나면서 인사차 들렸던 20여 년 전의 그 집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산에 한 번 내려가려면 새벽녘에 집을 나서야 저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차편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예산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타고 남양면에서 내려 다시 이십 리 길을 걸어야 했다. 논밭을 지나고 가파른 고개를 넘어 성황당을 지나 언덕을 내려서야 마을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회관 앞까지 버스가 하루 몇 차례씩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크게 필요치 않아 보였다. 집집마다 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한민국 통일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4박 5일간 저명한 한국학 학자와 국제관계, 통일문제 전문가들의 강의도 듣고 그들과 대화도 나누었다. 그리고 3박 4일 산업시찰 기회도 가졌다. 체류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고국의 발전상을 보고 듣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포스코와 삼성중공업을 방문해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철강 산업과 조선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투자하고 사업에 전력에 다했다. 그 결과 세계 선박의 80% 이상을 대한민국이 만들고 있었다. 지금은 유가 하락으로 수주가 많지 않아 적자라고 하지만 유가는 국제 정세에 따라 워낙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언제 또 다시 성수기를 맞이할는지 모르는 일이다. 큰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계속 투자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이 열심히 유조선과 탐사선, 대형 화물선 등을 만들고 있었다.
 
 
조국의 발전상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심하며 글을 쓰고 있는데 마침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공동으로 찾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다양한 플랜트 사업 경험과 기술력이 축적된 현대중공업과 중동 현지 사정에 밝고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아람코가 손을 맞잡은 만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도, 자본도 없어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원조를 요청하고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버둥 치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상하고 합동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눈부신 조국의 발전과 국가적 위상은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국의 경제적 , 산업적 발전에 걸맞은 정치적 발전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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