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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 대전
04/23/18  
지난 13일 있었던 파리 테러는 IS를 추종하는 세 그룹에 의해 바타클랑 콘서트 홀,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도심 식당 등에서 동시에 자행되었다. 132명이 사망했으며 수십 명이 중태에 빠졌다.
 
 
파리 연쇄 테러의 배후인 이슬람국가(IS)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 프랑스와 미국 등이 테러 세력에 대한 반격에 나선 상황에서 IS가 미국 본토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리 연쇄 테러 발생 직후 큰 고통을 느꼈다면서“나는 프랑스 국민과 희생자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매우 슬프다”면서 이번 테러는 종교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주교 회의 공식 TV 네트워크인‘TV 2000’과 전화 인터뷰에서 파리 테러 공격은 단편적인 제3차 세계 대전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 초, 교황은 이태리 제1차 세계 대전 전몰장병 묘역에서 제3차 세계 대전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때에도 교황은 범죄, 대량살육, 파괴행위 등이 지구상 곳곳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도 작고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 대전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과거처럼 오류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면서“그걸 깨닫지 못하면 마치 몽유병자처럼 새로운 세계대전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라스는 우크라이나 사태, 개선되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 미국이 남긴 이라크 재난, 시리아 내전, IS의 잔악 행위 등 국제적 갈등을 예로 들면서“서로를 죽이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문에는 거의 소식이 사라졌다.”고 했다. 평생 진보적 평화주의자로 사회정치적 참여 발언을 아끼지 않은 독일의 세계적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전쟁으로 인한 재앙을 경고한 것이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공습에 참가한 국가들에 경고하면서“이들 국가는 프랑스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십자군 작전에 참가한 국가들에 말한다.”며“우리가 파리 중심에서 프랑스를 타격한 것처럼 너희는 신의 뜻에 따라 프랑스와 같은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남성은 또“우리는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을 타격할 것을 맹세한다. 우리는 로마를 정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영상에서는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출연해 자살벨트와 차량폭탄을 이용해 불태워버릴 것이라면서 알라의 뜻에 따라 백악관을 까맣게 태워버리겠다고 강조했다.
 
 
IS는 과거에도 시리아 내 IS를 공습하는 미국 중심의 동맹군을‘십자군’으로 지칭하며 이들 국가를 공격하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다. 넉 달 전에도 파리를 공격하라고 선동하는 동영상을 유포하기도 했다.
 
 
제3차 세계 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전 세계는 위험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사람과 무기가 동원되어 물리적으로 싸웠던 기존의 전쟁과 다르다. SNS를 통해 테러 세력의 활동범위가 국경을 초월해 번져간 것처럼 전쟁의 지리적인 경계선이 분명치 않다. 적이 누구인지도 분명치 않다.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의 경계도 흐려졌다. 전쟁의 뿌리를 근원적으로 소탕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이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테러세력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이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며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 그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될 수 없는 지금, 위험을 직접 겪고 있지 않다고 무관심하거나 무반응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황이나 귄터 그라스의 예언대로 전쟁은 이미 우리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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