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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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가 생기다
09/13/21  

안 좋은 자세 때문에 시작한 필라테스, 근육이 줄어들면 아파오는 허리 때문에 시작한 PT, 남편 따라 시작한 러닝, 주말에 친구 따라 올라간 산에 푹 빠져 시작한 등산 그리고 주 2회 글쓰기, 매일 하늘 보고 사진으로 남기기, 음식점 리뷰 쓰기 등등 뭔가 하는 게 자꾸 늘어가며 나는 어느새 취미 부자가 되어간다. 

 

내가 취미로 등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나 또한 여전히 잘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꽤 고가의 등산화와 등산 스틱까지 마련했으니 이제 누가 뭐래도 등산이 취미인 것이 맞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새벽에 일어나서 스타일보다는 기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어차피 내려와야 할 산을 굳이 오른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다리도 무겁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집에 가서 눕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오를수록 체력은 바닥나고 남들은 날다람쥐같이 쌩하니 내려가는 길도 내게는 버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래도 자꾸 산에 오르고 싶다. 산을 오르는 내내 계속해서 바뀌는 풍경이 너무 좋고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제각각인 것도 재미있다. 등산 이야기 시작하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고 조만간 칼럼에서 등산 이야기를 풀게 될 것 같으니 이 정도로 마무리. 

 

아무튼 요즘 러닝에 등산에 PT에 최근 식단까지 실천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너무 날씬해지는 거 아니냐며 은근 부담을 주는데... "나를 힐끔힐끔 훑어보지 말아 줘요. 아직 눈에 드러나는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전 그냥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중이에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안 하던 운동 좀 하고 조금 덜 먹는다고 외관이 그렇게 확 달라진다면 세상 너무 거저지. 열심히 내 능력껏 다양한 운동을 실천 중이지만 여전히 뭐든 힘이 든다. 조금만 움직여도 심박수가 요동치고 숨이 거칠어진다.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통에 가끔 한의원을 방문해야 하고 등산 다녀오면 반드시 잠시라도 낮잠을 자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취미로 러닝을 하고 등산을 한다니 정말 인생 살아봐야 아는 것 같다. 

 

취미는 그저 여유를 즐기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단 한번 단 한 시간이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푹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것, 그것이 취미이다. 좋아하는 취미가 생기면서 정말 오랜만에 흉곽이 열리며 제대로 숨을 쉬는 기분이 들었다. 꽤 오랫동안 내 안에 쌓여있던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응어리들이 나를 옥죄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시작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중년 아줌마에게 결핍되기 쉬운 자존감을 충전하기도 한다. 꽤 오랫동안 내가 아닌 누군가를 챙기고 돕는 조력자와 같은 삶만 살다가 나를 위한 다양한 취미들이 생기니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배우는 것은 연령 상관없이 몹시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시작하고 배운다고 다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다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갓 결혼했을 때 너무 예쁜 미니 재봉틀을 사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일단 재봉을 배우는 게 우선일 것 같았다. 마침 시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재봉 클래스가 있어서 수강 신청을 했다. 아직 아이도 없을 때였으니 주 2회 퇴근 후 바로 가기 좋은 시간이었다. 미국은 옷을 수선해 입으려면 비싼데 배워서 바지 단도 줄여 입고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옷도 직접 만들어 입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배워보니 전혀 즐겁지 않았다. 나는 바느질이 삐뚤어지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가 그런 류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되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고 물론 연습하면 점점 나아지겠지만 그러기까지 내가 받게 될 스트레스가 심히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수업 2회 만에 앞으로 수선은 수선집, 옷은 옷가게에서 사 입기로 결심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애도 많으면서 뭘 그렇게까지 해? 안 힘들어? 이유가 뭐야? 목표가 있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글쎄... 뭔가 근사한 목적이나 목표가 있다면 오히려 취미를 온전히 즐기기 어렵지 않을까? 취미만큼은 너무 큰 목표나 부담감 없이 진지함 싹 빼고 내 마음대로 내 멋대로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그래서 좋았던 거니깐... 거기에 의무감이나 목표, 성과 같은 것이 보태진다면 흥미가 싹 사라질 것만 같다. 좋아하는 취미들이 생긴다는 건 세상 사는 재미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고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다양한 취미 활동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일단 즐기기로! 하지만 러닝이나 등산은 돈 안 드는 취미라고 누가 그랬나요? 굳이 요란하게 장비발 세우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것만 갖추는데도 이래저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나가서 깜짝 놀랐네. 

 

보태기- 아, 지난주 노안이 왔다고 칼럼을 썼는데 며칠 전 확인차 안과에 갔더니 노안이 아니라네요? 테스트 몇 개 해보더니 아직 아니랍니다. 안경 도수가 너무 높으면 가까운 글씨가 선명하지 않을 수 있다네요.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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