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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 대통령
04/23/18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54년 제3대 민의원 선거에서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자유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탈당 후 민주당 창당에 참여하였다. 그 후 박정희 군사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주의 투사로 용맹을 떨쳤다.
 
 
12.12사태 이후에 새로운 군사 정권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몸을 한껏 낮춰 웅크리고 살았다. 그때도 김영삼은 제 목소리를 내었다.‘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굴하지 않고 싸웠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과 30년 가까이 싸웠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군사정권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한국 정치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도 전무후무한 3당 합당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뤄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때문에 그에게는 늘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비난과 군사정권으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를 얻어냈다는 칭찬이 함께 한다.
 
 
3당 합당을 통해 대통령에 오른 뒤에는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도왔던 세력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섰다. 때문에 3당 합당을 통해 적을 친구로 만들어 이용한 뒤 그들을 구악이라며 청산하려 한 것은 배신행위라는 비난도 있다. 이를 두고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휘호로 즐겨 쓰던‘대도무문, 큰 뜻을 갖고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며 정도를 걷는 자에게는 열고 닫고 할 문조차 없다’는 정신에 입각하여 본다면 이를 단순히 배신이라고만 할 수는 없으리라.
 
 
김 대통령은 1993년 국무회의 석상에서“우리가 솔선수범해야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고통을 분담해야한다. 그런 의미로 나부터 재산을 국민 앞에 공개한다.”며 재산을 공개했다. 그 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재산 공개가 관례가 되었다.
 
 
1994년 인천 세무소 공무원들의 부패 사건을 보고 “로마제국은 외침이 아니라 내부의 부패로 망했다.”면서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보 정태수와 차남 김현철이 저지른 내부의 부패를 시인하고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삼 대통령을 조문하러 온 정의화 국회의장은 ‘산업화를 받쳐준 게 민주화였다면서 김 대통령이 없었다면 유신독재로 다 망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렇다. 그가 없이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가능했겠는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 이어 또 다른 군출신 인사나 그들의 하수인들이 정권을 이어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3당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였는지도 모른다. 또 김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그 누가 자신을 대통령이 되도록 도운 이들을 과거의 죄상을 들먹이며 철저히 응징했겠는가.
 
 
대통령 재임 시에 금융실명제를 시행한 것과 하나회 척결은 김대통령의 최대 결단으로 꼽을 수 있다. 다른 정치인들은 말로만 금융실명제를 외치고 실천 의지가 없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강력하게 밀어 붙여 대한민국에 금융실명제를 안착시켰다.
 
 
그러나 그에게 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통령의 최대 과실은 IMF 관리에 국가 경제를 맡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 난국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가 전적으로 대통령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전후 상황으로 볼 때 상당 부분에서 그의 과오를 부인하기 어렵다.
 
 
한 가지 실책을 더 들자면 자신의 아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묵인한 죄라고 할 수 있다. 차남 김현철이 소통령으로 군림하면서 이권에 개입하고 정치에 관여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12.12사태 이후 강제로 정계 은퇴를 당한 후 3년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서 단식투쟁하며 신군부와 맞서 싸우던 민주화의 투사, 대통령이 되어 세상을 호령하던 그가 병약한 노인이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힘을 잃은 눈빛을 하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한 해를 넘기고 세상을 떠났다.
 
 
병상에서 신음하던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통합과 화합’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도처에서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는 시대상을 보면서 고인이 이룩한 민주화를 지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통합과 화합임을 역설하고 싶었으리라.
 
 
고 김영삼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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