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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
09/27/21  

나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중도도 아니다. 이렇게 어느 한 쪽으로 선을 확 그으려는 시도 자체를 싫어한다.

 

언제나 나는 그 어느 한쪽에 속해 있지 않았다. 속하기를 거부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나이 들어서도 그렇다. 어느 한쪽이 항상 옳고 다른 한 편이 늘 틀리다는 논리 자체가 맘에 안 든다. 이쪽이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듯이 저쪽이라고 항상 그릇된 행동만 할 리는 없지 않은가. 또 중도라고 다 옳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야장천(晝夜長川) 한쪽 편만 드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듯하다. 그렇다보니 양쪽으로 나뉘어 싸움박질을 피터지게 하는 것이다. 늘 상대방은 잘못하고 있고, 나만 잘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슨 말만 하면 쌍심지서고, 손가락질하고 비판한다. 또 무엇을 하든 무조건 잘못된 행동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했으니까. 철전지 원수처럼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무조건 비난하면서 대중들을 선동하고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각가지 술수를 다 부린다.

 

여당과 야당의원들이 모두 관련된 부동산 투기 사건에 대해서도 양 진영이 완전히 둘로 나뉘어 정치인들은 정치인대로 일반인들은 일반인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진흙탕 싸움이 한창이다. 진실 공방으로 시작했다가 각가지 잘못을 다 들춰내면서 비난전이 계속된다. 결국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돈 속에 빠져 진실 규명보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물어뜯어 길바닥에 팽개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자기편이 내세우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세력들끼리 각종 공직, 국영사업체나 공영 기관의 직책 등을 나누어 갖고 자기들 마음먹은 대로 나라를 움직일 수 있고, 천하를 호령하며 지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서라고 외친다.

 

최근 성남시에서 있었던 공영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어 그 싸움 역시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들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쉽게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런 싸움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행동인가?’라는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 어느 특정 정당을 보고 뽑아서는 안 된다. 물론 패거리 싸움이니까 정당을 참고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그 어느 정당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문제다. 사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선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아무리 비교하고 검토하고 생각해봐도 뽑을 사람이 없다.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어찌 한단 말인가? 마음에 쏙 드는 후보를 뽑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인물을 찾기는 어렵고 그 다음 괜찮은 후보라도 뽑아야 하는데 이마저 시원치 않다. 사람들은 ‘최선(最善)이 없다면 차선(次善)을 선택하는 일’이 선거라고 말하지만 차선은커녕, 차차선도 없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우리들의 심정을 잘 나타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4~16일, 3일 동안 한국갤럽이 조사해 17일 공개한 차기 대선 주자 호감 여부 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 여야 상위권 후보 4명이 모두 ‘호감’보다는 ‘비호감’ 답변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이재명 지사(호감 34%, 비호감 58%), 윤석열 전 총장(호감 30%, 비호감 60%), 홍준표 의원(호감 28%, 비호감 64%), 이낙연 전 대표(호감 24%, 비호감 66%) 순으로 이재명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비호감이 호감 답변 비율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더욱이 네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상승 중이다. 지난 3월 조사와 비교할 때 홍준표 의원만 72%에서 64%로 줄었을 뿐, 이재명 지사 43%에서 58%, 윤석열 전 총장 47%에서 60%, 이낙연 전 대표 56%에서 66%로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 정치의 극단화, 양극화가 심화되어 나타나는 진영 대결 양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정당은 싫어도 사람은 좋다’는 식의 선택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렇게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을 골라야 한다. 한국 국민이라면 그 어느 쪽에 속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내년 대선이 박빙으로 전개되면 재외국민 표가 대선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재외국민 투표에는 통상 10만 명 정도 참여했다. 그러나 재외국민 유권자는 총 22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투표율에 따라 판도를 바꿀 만한 충분한 규모다. 그 중 미국 거주 한인 유권자가 90만을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표권 행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 등록이 우선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에 참여하기 바란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대통령에 의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지우지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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