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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비극
04/23/18  
샌버나디노 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복면을 쓰고 무장한 범인 부부가 송년회장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14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다쳤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시의 병원에서 있었던 총기 사건으로 3명이 사망하고 11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도 채 안되어 벌어진 일이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범인 부부 중 남편은 샌버나디노 보건국 직원이었으며 송년회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무차별 사격했다. 평소 얌전하고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었다는 범인은 또 다른 얼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범인을 추격하여 사살했고 차안에서 자동소총 2정과 권총 2정, 실탄 1,600발을 발견했다. 그의 집에서도 실탄 4,500발과 파이프 폭탄 12개가 발견되었고 폭탄 제조에 필요한 수백 종의 도구와 재료도 있었다고 한다.
 
 
범인은 샌버나디노 보건국에서 식당의 보건 위생을 점검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테러범이 식당을 방문하며 대민 업무를 했다니 끔직한 일이다. 그가 국가의 일을 수행하는 공무원이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이들도 테러범일 수 있으니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사건 직후, 사람들은 이 사건이 테러다 아니다하며 서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의미가 없는 논쟁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행위는 무조건 테러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가 특별한 단체나 조직의 사주를 받았는가 아닌가를 밝히는 것은 수사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총기 소유가 자유롭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범죄가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이다. 2015년 올 한 해 동안 미국 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12월 3일 현재 353회에 달한다. NBC방송이 총기 난사 사건을 추적하는 슈팅트래커닷컴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총 336건이 발생했다. 슈팅트래커닷컴은 총격 사건으로 4명 이상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건을 총기 난사라고 규정하고 집계한 것이다.
 
 
하루 평균 24명이 총격으로 생명을 잃고 있으며 오발과 자살자까지 포함하면 총기류에 의한 사망자는 매일 95명에 이르며 한해에 3만 5,000여명에 달한다. 911 희생자들 보다 열 배나 많은 사람들이 매년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한편 총기 사건이 많이 발생할수록 총기 판매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는 미국인들이 약 3억 정의 총기류를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인구가 약 3억 2천임을 고려한다면 1인 1정 꼴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10가구 가운데 4가구(39%)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 한해에 평균 350만 정의 각종 총기류가 매매되고 있다고 한다.
 
 
LA 살다가 사업 때문에 중부로 이사간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서로 새로 산 총 자랑을 하고 총을 차고 다닌다. 나도 하나 장만해야겠다.”“우리 교회 목사님도 총을 갖고 다녀.”이러다가 서부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두 총차고 다니는.
 
 
미국의 역사가 총으로 시작되었고 민병대원들의 노력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지만 1791년에 제정된 일반시민의 무기 휴대 권리를 규정한 미국 헌법 수정 제2조는 분명히 바뀌어져야 한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총기 휴대를 금지해야 하고 이것이 용이치 않다면 총기 소지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28명이 사망하는 미국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을 때 모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총기 규제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총기 소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소한 이런 대형 참사를 막아야 한다며 두 가지를 추진했다. 첫째는 AK-47, M-16 같은 공격용 무기 판매, 이전, 수입, 소유 등을 금지하자. 둘째는 총기 구매 시 신원확인 절차를 철저하고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국민 3/4 이상이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NRA(전미총기협회) 로비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최소한의 규제조치도 못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으로 막강한 국력과 국방력을 과시하며 전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샌버디나노 총격 난사로 생명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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