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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니……
10/11/21  

나는 꼰대일까? 설마설마 하지만 가끔 궁금해져서 요즘 유행하는 꼰대의 정도를 테스트하는 온라인 진단 사이트를 기웃거려 본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내가 아주 쿨내 나는 인간은 아니고 어느 정도 내 안에도 꼰대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대화 중에 무심코 "나 어릴 때는…... 예전에는…... 요즘 애들은…..." 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아차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라떼 타령은 꼰대들의 가장 전형적인 필수 조건이 아니던가? "본인의 과거와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의 현재를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꼰대가 된다."라는 말이 있던데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말을 하면서 결국 나도 별 수 없는 기성세대가 되어가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중년, 40대, 애엄마와 같은 호칭은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는데 이상하게 꼰대 소리만큼은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어감부터 안 좋다. 멋있는 어른을 꼰대라고 부르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빡빡하고 꽉 막힌 상사나 선생님, 부모님들을 부르는 은어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내가 꼰대라니? 말도 안 돼…...' 하면서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수시로 올라온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꼰대라는 호칭이 요즘은 대중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호칭으로 자리를 잡았다. 요즘 사용되는 "꼰대"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호칭이다. 그런데 어느덧 내 나이가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나이와 가까워졌고 나보다 많이 어린 사람을 만나면 대화 중 한참 동안 부연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언제 이렇게 세월이 빨리 흘렀지? 나는 아직 젊은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뭔가 매우 올드한 것 같아서 약이 오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40대는 아직 뭔가 애매한 나이다. 꼰대라고 불리기에는 뭔가 많이 억울하다. 젊지도 않지만 늙었다고 말하기도 뭐하다. 2030 속에 슬쩍 발을 넣기엔 쑥스럽고 그렇다고 5060 속에 들어가 있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나같이 애매한 나이에 낀 세대들에 걸맞게 요즘에는 "젊 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모양이니 꼰대가 그저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를 막론하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내 생각과 조언을 앞세운다면 그게 바로 꼰대이니깐. 

 

하지만 애초에 공감하고 공유할 것이 많지 않은 세대들이 아무렇지 않게 원활히 소통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이에서 오는 세대차이는 필연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최신곡을 즐겨 듣고 요즘 핫플을 찾아다니고 트렌드에 주목한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옛 감성들을 지워버릴 수 없듯이 살아온 환경과 시대가 다르니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래! 젊은이들이 나를 꼰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를 부르는 호칭은 결국 남들이 결정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수용하려고 노력한다면 나이를 막론하고 꼰대가 되는 길을 조금은 딜레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수용하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 한다면 적어도 그리 쉽게 뻔한 꼰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 나이가 꼰대 대열에 접어들었고 간혹 의도치 않게 꼰대의 싹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별로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현상을 완벽히 차단하거나 거스를 자신도 없다. 하지만 내가 의식적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적어도 나이를 벼슬 삼아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치는 꽉 막힌 꼰대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몹쓸병처럼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렵고 헤어 나오기도 쉽지 않으니 피할 수 없다면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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