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천천히 걷기
04/23/18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2015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2014년 6월 창립한 중동의 테러집단 IS는 민간인 참수 동영상을 수시로 공개하며 세계를 경악시켰다. 급기야 2015년 11월 130명을 살해한 파리테러로 전 세계의 분노를 불러왔다. IS가 직접 저지른 사건은 아니라지만 그들을 추종하는 자들의 짓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샌버나디노에서 있었던 무차별 총격 사건 역시 IS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IS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공포의 세력이 되었다.

 

 

한편, 우리의 자연환경은 어떤가?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기상이변이 끔찍하다. 연말에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에 밀어닥친 Ice Storm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 40여개 강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도로와 가옥 등이 침수되었고 전기가 끊어져 사람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주리, 일리노이, 아칸소 등에서 30센티미터가 넘는 비가 내려 최소 2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남미와 영국 등도 엘리뇨로 인해 폭우와 홍수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한편 이탈리아, 인도, 중국 등에서는 극심한 스모그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테러와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개개의 국가가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문제들이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을 떠나 개인적 삶을 보더라도 2015년 우리의 삶은 고달프고 우울했다.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지만 피부로는 느낄 수 없고 미래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불안감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2015년은 기억 속으로 잠겨버렸고 201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얼마나 많은 희망을 품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었던가? 얼마나 많은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웠던가?

 

 

가는 해 오는 해 구별하지 않고 무덤덤해지는 것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삶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는 게 고단하고 힘이 들수록 계획도 세우지 않고 다짐도 하지 않게 된다.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감흥이 없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한 해에 한 가지씩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운다. 아주 쉬운 걸로. 올해는 천천히 걷기를 자주할 생각이다.

 

 

복잡하고 오염된 대도시에 사는 사람과 인적이 드문 시골에 사는 사람, 누가 더 오래 살까? 최근 뉴욕 매거진은 뉴욕 시내 거주자들이 도시 외곽 거주자보다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원인을 뉴요커들이 외곽 거주자들보다 많이 걷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만큼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연말에 과거에 스카우트 활동을 함께 하던 분들과 만났다. 80대에 이르는 네 분 중 세 분은 부인과 사별했으며 한 분은 병환 중에 있는 부인을 돌보며 살고 있었다. 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산으로 들로 다녔기에 부인들보다 오래 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사람들은 빨리 걷기를 권장한다. 빨리 걷지 않으면 운동 효과가 적다는 주장인데 필자는 좀 생각이 다르다. 빨리 걷기 보다는 적당한 속도로 오래 걷는 편이 더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디디면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내 마음의 변화를 읽기도 하며 생활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만든다면 단순히 건강뿐만 아니라 인생살이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198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루마니아 태생 유태인 작가 엘리 위즐의‘밤’이라는 소설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간 유태인들의 운명에 관한 책이다. 책 속에 유태인들이 걸어서 다른 수용소로 끌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채찍질을 당하며 걸어서 행군해야 하므로 밤사이에 낙오되는 사람도 있고 걸어가며 자는 사람도 있었다.

 

 

2015년의 삶이 소설처럼 밤 속에 쫓기듯 내몰려야 했던 걷기라면 2016년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며 환한 빛 속에 천천히 걷는 삶이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이 지구도, 각자의 삶도 천천히 걷는 속에 모든 것이 나아지고 밝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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