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폭탄
04/23/18  

새해 벽두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대대적인 선전 때문이다. 하루 종일 TV와 라디오에서 난리다. 한국방송들보다 미국 방송들이 더 소란하다. 라디오 뉴스 채널 AM 1070에서는 며칠 째, 매 시간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 한국군은 대북 방송을 재개하여 맞대응하고 있으며 정치권은 여야가 핵무장을 놓고 논쟁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환율은 1,2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왜 이처럼 난리들인가? 그것은 수소폭탄의 엄청난 파괴력 때문이리라.

 

 

핵폭탄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으로 나뉜다. 핵폭탄의 파괴력은 일반 폭탄의 수만 배에 달한다. 같은 핵폭탄이라도 수소폭탄의 파괴력은 원자폭탄의 수천 배에 달한다. 원자폭탄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20만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가옥 6만 호가 파괴되었다. 나가사키에서는 14만 명이 사망했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일 서울에서 수소폭탄이 터질 경우 피해 범위는 반경 100km로 충남 북부지역까지 폭발 피해를 볼 수 있으며 방사능과 낙진 등으로 한반도 전역이 파괴될 것이다.

 

 

1961년 구소련에서 실험했던 수소폭탄‘차르 봄바’가 지구상에서 폭발한 가장 큰 폭탄으로 무게 27톤, 길이 8미터, 지름 2미터였다. 100km 바깥에서도 3도 화상에 걸릴 정도의 열이 발생했고, 1,000 km 떨어진 핀란드의 건물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차르 봄바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보다 3,800배 이상 강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기보다는 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증폭핵분열탄도 일반적인 핵폭탄보다 2∼5배 수준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한 수소폭탄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이며,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등을 핵 보유국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이 추산한 2013년 초 기준으로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러시아 8,500개, 미국 7,700개, 프랑스 300개, 중국 250개, 영국 225개이다.

 

 

이제 우리의 통일 정책은 변화를 줘야 한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 및 남한 당국이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전략적 인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붕괴할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를 감내해 왔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이주하는 주민이 2만에 달한다.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반감이 강해지고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북한은 곧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만난 북한 문제 전문가들 중의 일부는 이미 북한은 망했다며 갑자기 닥칠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의 좁은 식견으로 볼 때, 북한은 절대로 쉽게 망하지 않는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굶주려서 망하는 것이 아니다. 이탈자가 늘고 있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망하는 국가들 대부분은 정통성의 상실로 붕괴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체 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이며 3대째 이어오는 1인 독재국가이다. 끊임없이 신화를 만들어왔다. 신화에서 비롯한 환상을 주민들에게 심어주어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그러면서 북한은 경제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도 아무리 이념적으로 튼튼해도 배가 고프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체제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에서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그 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주민들 나름대로 생존 방법을 터득하고 있으며 수뇌부들은 그들 나름대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망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세운 전략적 인내로는 그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의 수소폭탄 실험이다. 이번이 4번째의 핵폭탄 실험임을 감안한다면‘전략적 인내’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또, 북한은 국제적 제제로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해도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체제 안정과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도 핵보다 강력한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불안감과 열등감을 자극하지 않고 그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면서 군사적인 무장과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군사 정보통신, 군사 전략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여당 국회의원의 말처럼 핵무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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